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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태양을 사랑했다, 그 눈부심에”
기사입력  2023/10/11 [00:10] 최종편집    림삼 시인

 

  

새였던 기억만으로  

 

▲ pixabay.com

 

쩌저적-

무언가에 된통 얻어맞은 거울처럼

세상 전체 수많은 균열

생겨나기 시작, 그리고

그 세상에서 수없이 펼쳐지는

내가 있어

천천히 눈을 뜬다

 

또 다른 세계를 본다

그곳에서 나는 새였던 기억만으로

훨훨 나는 새다, 그것도

보통의 새 아닌

한쪽 날개로도 능히 산맥 뒤덮을

거대한, 아주 커다란 새

 

새는 태양을 사랑했다, 이유는?

없다

그저 태어나 처음 본 그 눈부심에

온 마음을 빼앗겼을 뿐이다

 

비상(飛上) 날았다

날마다 날았다, 오직

그 눈부심에 닿기 위해, 오직

 

날고, 날고, 또 날았다

바람을 타고 올라

날개짓만으로 태양에 이르기 위한

몸부림이 떨림으로 이어졌다

잇달아 천번 만번 이어진다, 그리고

 

그리고, 추락한다

추락을 시작했다

추락하며(떨어지며) 아직도 하늘에 떠있는

그 눈부심 바라본다

 

새는 태양을 사랑했다, 이유는?

모른다

그냥 태어나서 본 첫 눈부심에

온 영혼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나는 태양에 이르지 못하고

우우-

천천히 눈을 감는다

사라진다 사라진다

사라져버린다, 새의 기억이던 세계

 

마침내 휘이잉, 바람이 불어왔다 

 

詩作 note

누가 뭐래도 이만 하면 괜찮은 사람이라고 여기며 살아온 한 평생이었다. 정말 가소롭게도, 필자는 스스로 만든 철창 속에서 단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소인배요, 시정잡배였음에도 그걸 인지하는 데에 이 한 평생을 다 소비하고 말았던 거다. 어처구니 없게도. 그리고 이제야 본격적으로 반성한다. 제대로 살아내지 못한 평생의 삶에 회한을 담아서...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아직도 나 자신은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았다는 걸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삼라만상의 모든 걸 다 알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그러고 보면 삶이라는 것, 인생이라는 것, 그건 단순히 안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었다. 지금까지의 삶을 통해 가지게 된 나의 생각, 나의 가치관들. 그걸 흐르는 세월 속에서 또다시 부수고 재해석해야 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내 안에서 세상을 보는 눈이 온전히 갖추어졌을 때, 그 때서야 비로소 삶과 인생에 대해 눈을 뜨게 되는 것이었다. 또 그 때서야 비로소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행동 등을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나만의 생각, 나만의 가치관은 우물 안 개구리가 바라보는 세상과 다를 바 없는 것이었다.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그렇다면 조금은 덜 후회할 수도 있었으련만, 이렇듯 허망하게 흘러버린 세월이 참으로 야속타.

 

아직은 완전히 늦어버린 건 아니라고들 위로를 건네지만 이미 아름다운 삶의 길을 걷기에는 애저녁에 글러버린 팔자인지라, 그럭저럭 남겨진 세월을 어찌 살아가는 것이 그나마 아주 조금이라도 보람을 건질 수 있는 길일까를 고민해본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단편적으로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이라 알지만, 정작 그것은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단순하게 선을 선이라 알지만, 비단 그것은 선이 아니다.

 

있다하기에 없음이 있게 되고, ‘어려움이라는 것에 마음의 무게를 두기에 쉬움이라는 것이 있게 된다. 그렇듯 길고 짧음도 결국은 마음의 산물이며, 높고 낮음, ()과 성(), 앞과 뒤라는 것도 그 각각의 것이 실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비교하고 분별하는 우리의 마음이 지어낸 것들일 뿐이다. 철학자나 구도자의 마음까지는 못되더라도 최소한 남의 눈에 눈물 맺히게 하는, 볼썽사나운 짓은 금해야겠다는 각오도 아울러 다져본다.

 

그러고보니 벌써 10월도 중순에 접어든다. 이미 올 한 해도 그 뒷꼭지가 보이고 있다. 어떻게 갈무리를 하고, 어떤 방식으로 맺음질을 해야 다음에 이어질 또 다른 계절에 누가 되지를 않을까 하는 심각한 고민에 제법 번다한 파장이 이는 심사다. 돌이켜보니 이미 살아버린 세월을 되짚으면서 안타까워 했던 기억들이 참 많다. 그 때 그 일이 행운의 조짐이었을지도 모르는데. 그 때 그 사람이, 그 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하면서 말이다.

 

더 열심히 파고 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혹시 반 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 꽃봉오리인 것을. 모든 순간들이 하나같이 화사한 꽃물결인 것을 왜 모르고 지나쳤는지, 나는 가끔 후회하면서 땅을 치기도 한다. 물론 그래 봤자 별무소용인 것도 안다. 진작 떠나버린 기차라고 스스로 체념 담은 위로도 건네본다. 그렇다 해도 마음으로 아쉽고 한스러운 걸 어찌할손가?

 

물리적인 것들은 그래도 미룰 수 있는 데 까지 미루면서 잠시 꺼버리는 일이 가능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비워보려 애써도 여기서 빠끔, 저기서 빠끔, 소란스런 머리를 잠 재우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가끔 묻고 싶다. “너무 고민하지 마, 너만 지친다.” 이런 말을 해주는 상대에게, 그럼 그 스위치가 어디 있는지도 좀 알려달라고, 마음을 끄는, 생각을 끄는 스위치는 도대체 어디 있냐고 묻고 싶은 거다.

 

혹자는 말한다. 자기 일이 아니면 절대로 상관하지 말라고. 우리들 주위에는 매사에 상대를 헐뜯는 사람, 매사를 자기 일거리로 만드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매사를 심각하게 여겨 싸움이나 은밀한 일감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듯 통일되지 않은 속내를 품은 천태만상의 군집이 모여 사는 게 바로 이 세상이다. 그러니 벌어지는 일상들이, 일어나는 사건 사고들이 천변만화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지 않겠는가?

 

남들과 어울려 살아가자면 항상 매력을 몸에 지니고 살도록 노력해야 한다. 매력은 타인을 끌어들이고 자신을 높이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공손한 예절과 환한 미소는 가장 손쉬운 매력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내 삶이 가장 어두웠을 때는 불평 불만으로 가득차 감사가 없었을 때이고, 나만의 생각에 빠져 나만 생각했을 때인데 반해, 내 삶이 가장 밝은 빛을 비출 때는 사랑과 감사로 타인을 돌보며 내 마음이 따뜻해졌을 때다.

 

사실 하루 하루 살아간다는 게 무척 힘겹고 번잡한 일이다. 그런데 세상을 잘 살아보겠다는 지나친 집착과 야욕으로 굳이 세상과 발맞춰 갈 필요 있나? 뱁새가 황새 걸음 흉내낼 필요는 없다. 제 보폭대로. 제 호흡대로 가는 게 실속 있는 삶의 걸음이다. 늦다고 재촉하는 이는 자신 말고 누가 있었던가? 눈치 보지 말고, 욕심 부리지 말고, 천천히 가자. 사는 일이 욕심 부린다고 뜻대로 살아지던가?

 

다채로운 삶의 형태가 공존하며, 다양성이 존중될 때만이 아름다운 균형을 이루고, 이 땅 위에서 우리가 아름다운 동행인으로 함께 갈 수 있지 않을까? 그 쪽과 이 쪽에 선 자리가 한 쪽으로 기울지 않는 것처럼, 그래서 서로서로가 귀한 사람이기 마련이다. 그러니 굳이 세상과 발 맞추고 보폭을 빠르게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불안해 하지 말고 욕심을 타이르면서 천천히 가도록 하자. 되돌릴 수 없는 순간들 앞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 자체가 인생을 떳떳하게 하며 후회 없는 행복한 삶을 만드는 것이다.

 

같은 말을 해도 남들이 잘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 마음의 여지가 있는 사람이다. 여지란 내 안의 빈 자리로 상대가 편히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여지가 있는 사람은 평온하다. 함께 있으면 왠지 내 마음도 편해진다. 같은 이치로 내가 사람을 대함에 있어 부끄럼 없이 최선을 다했음에도 상대가 나를 알아주지 않아 마음이 힘들 땐, 아직 내 마음의 여지가 부족함은 없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오늘은 내 마음의 여지를 점검해 보고 타인이 내 마음에 편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나의 여지를 늘리는 데 힘쓰길 바래본다. ‘여지(餘地)’, 남을 ’, ’, 약간 남는 공간이란 뜻이다. 그 여지를 장만하기 위한 한 걸음, 한 걸음, 삶을 내딛는다. 발걸음을 떼어놓고, 또 걷고 걷고,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지만 그럼에도 짊어지고 온 발자국은 없다.

 

그냥, 가버리면 그만인 것이 우리 삶이고 세월이다. 한 발자국 걷고 다시 걸어 온 그 발자국을 짊어지고 가지 않듯, 우리 삶도 내딛고 나면 뒷발자국은 가져가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냥 그냥 살아갈 뿐, 짊어지고 가지는 말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다 짊어지고 가노라면 그 복잡한 짐을 어찌하겠는가? 그냥 놓고 가는 것이 백 번 천 번 편한 일이다.

 

목하 가을이 그 절정을 향해 간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투명한 가을 분위기는 정을 느끼게 하며 친근감을 주고, 청명한 가을 하늘을 향해 해맑게 핀 코스모스를 보면 정녕 가을은 봄보다 아름답다. 또한 가을이 아름다운 것은, 가을이라는 계절 속에 다른 때보다 더 많이 생각이 스며들기 때문일 것이다. 허기사 어느 한 시절 생각이 멈춘 적이 있을리 만무하지만 말이다.

 

꽃이 할 일은 그곳이 어느 곳이든 뿌리를 내려 아름답게 꽃을 피우는 것이고, 우리가 할 일은 어느 곳이든 발이 닿는 그곳에서 열심히 일하여 자기 이름의 아름다운 열매를 맺는 것이다. 이름 모를 풀꽃도 우리를 일깨우는 것을 보면, 천하보다 귀한 우리들은 필시 더 많은 일을 너끈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은 불평하지 않는다. 자연은 인내한다. 자연은 기만하지 않는다. 자연은 진실하다. 자연은 목적 없이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자연이 우리에게 가을을 보내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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