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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뒤편까지 한 걸음씩 걸어요”
기사입력  2023/09/12 [22:12] 최종편집    림삼 시인

 

 

  

가을밤 목소리 

  

 

▲ pixabay.com


                      가을밤 아름다운 진짜 이유요?

거긴 목소리가 있기 때문이지요

  

! 잘 들어봐요

적막한 어둠 사이로

밤새가 하늘 날며 짖어대는

울음소리 참 시끄럽지요

 

그럼, 그게 다일 거라구요?

아니, 진짜는 따로 있어요

 

살갗 스치는 맑은 바람소리 들리면

무수히 쏟아지는 별빛조차도

반짝이는 소리 토해내는 걸요

 

그러나 밤에는 소리

귀로 들으려 하진 말아야 해요

그러니 밤에는 소리

몸으로 들어야 하는 거니까요

 

밤벌레 풀잎 밟아

가을여행 떠나는 목소리

아스스스츠츠츠꾸물꾸물폴폴

몸 귀울여 맑게 들으며

 

밤이 깊도록 타박,

밤이 새도록 풀쩍,

가을 뒤편까지 한 걸음씩 걸어요

 

가을에 젖어, 가을에 물들어

볼 발그레해진 밤은 아마도

끝내 그저 침묵한 채

영 저물어가진 못할 걸요

     

詩作 note

그래! 어찌어찌 하다보니 여름은 그렇게 가고 가을은 이렇게 오는구나. 한 철을 제대로 갈무리하지 못한 채로 엉겁결에 또 하나의 계절을 맞이하느라 여간 분주한 게 아니다. 허기사 이 몸 겅중거리는 폼새 따위야 안중에도 없는 가을 걸음걸이이긴 하지만. 아무튼 오종종한 필자의 마음 구석으로도 가을이 물경 스며들었음은 분명타. 이젠 또 가을을 살아야 하는 게야. 스스로에게 넌지시 말 건네며 슬금 손 내밀어 가을을 붙든다.

 

지난 여름엔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전 봄에도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전의 겨울에는 말할 것도 없고, 그렇게 계절마다 참 많은 일들이 있어지곤 했다. 그 많고 많은 일들 사이에서 나이 먹어가더니만 필자는 이제 늙은이 축에 들어있다. 아직도 마음은 푸릇한 색깔 청춘이건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 현실은 조금만 무리해도 탈이 난다. 계절 가는 소리 좀 들어볼 양으로 창 조금 열어두었더니 밤 새 기침이 찾아들어 떨어진 면역력을 증명하고 섰다.

 

지난 달에는 이삿짐 좀 거들어주는 바람에 몸살을 퍽도 여러날 앓았었는데, 겨우 벗어날 성 싶더니만 그예 통과의례인 양 다시 부실한 몸뚱아리가 비명을 질러대는 통에 얼른 병원에 들러 닷새치 약을 처방받고 나서니 그제서야 마음이 든든해진다. 이런 변변치 못한 주제에 무슨 청춘의 노래를 읊는다는 건지 도통 감을 잡기가 버겁다. 그저 순리대로 남은 여생 살아가야 하는 거라면 적당한 운동에서 절대 도를 넘겨서는 안 되고, 일정 빠듯하도록 무리한 일과는 금해야 할 것이며, 지나친 과식이나 분에 넘치는 외식도 절제해야 할 일이다.

 

그러고보니 나이가 들면서 억제할 일도 많고 자제할 구실도 점점 늘어간다. 본인보다도 주위의 친인들에게 걱정을 끼치게 될테니 그 또한 주의할 일이다. 세월 따라 포기와 체념을 배우는 이치로, 차차로 적응은 되어간다지만 그래도 깊은 속내에서 스물거리는 불만과 자신에 대한 도전은 억누르기 버겁다. 곧 죽어도 바른 말은 하고 살겠다는 은근한 고집도 아직은 남에게 뒤지진 않는 듯 싶다.

 

그래서 필자는 오늘도 쉬지 않고 책을 읽으며 부단히 글을 쓴다. 그냥 이렇게 이런 모양으로 늙어가고 있음이다. 사람들은 내남할 것 없이 누구나 자신에게 닥친 시련들을 피하고 싶어 한다. 왜 이런 시련이 나에게 찾아 왔는지에 대한 의문보다는 당장 닥친 시련 때문에 힘겨워하고 쓰러지려 한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먼 훗날이 되어서는 의례껏 잊곤 한다. 우리는 늘 그런 식이다.

 

시련을 당하고 있을 때는 시련의 의미를 모르지만, 시간이 흐른 후에야 그 시련이 준 참 의미를 비로소 깨닫게 되는... 시련은 늘 그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힘과 용기, 그리고 커다란 교훈과 함께 찾아오는데 우리는 종종 그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아버리고 만다. 이제부터라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먼 훗날이 되어서야 시련이 자신을 만들었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이 시련이 내 삶의 밑거름이 될 거라는 눈을 떠야 하지 않을까?

 

산 꼭대기에 오르면 행복할 거라 생각하지만, 잘 알다시피 정상에 오른다고 행복한 건 아니다. 어느 지점에 도착하면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는, 그런 곳은 없다. 같은 곳에 있어도 행복한 사람이 있고 불행한 사람이 있다. 같은 일을 해도 즐거운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 같은 음식을 먹지만 기분이 좋은 사람과 기분 나쁜 사람이 있다. 같은 물건, 좋은 음식, 좋은 장소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들을 대하는 태도다.

 

무엇이든 즐기는 사람에겐 행복이 되지만 거부하는 사람에겐 불행이 된다. 정말 행복한 사람은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이 아니라 지금 하는 일을 즐거워하는 사람, 자신이 가진 것을 만족해 하는 사람, 하고 싶은 일이 있는 사람, 갈 곳이 있는 사람, 갖고 싶은 것이 있는 사람이다. 우선은 나 스스로가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지녀야 하고,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추어야 한다. 분명한 것은 행복의 뒷면에는 언제나 불행도 자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별 것이 아니라고 보면 참으로 시시하고 쓸모 없고 정말 바보 같은 인생이지만, 귀하다고 여기면 너무나 귀하고 고상하여, 세상의 어느 것보다도 찬란한 것이 인생이다. 알면 알수록 참으로 살아볼 가치가 있는 우리의 삶이다. 평소의 행실로 빈 그릇을 들 때는 가득찬 물을 들 듯 하고, 빈 방을 들어갈 때는 어른이 있는 듯 조심스레 들어가야 한다. 스스로 겸양과 공경의 마음을 살피고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인생은 값지고 값진 것, 알면 알수록 시간이 아까워지는 인생의 시간, 참기름 진액을 진하게 진하게 남김 없이 짜내듯, 우리의 삶을 참기름보다 진한 향기로 만들어내야겠다. 세상의 피조물은 결국 소멸되지만, 우리 인생의 진액은 짜낼수록 진하여지고, 인생을 깊이 깊이 곱씹어 볼수록 더 더욱 감칠맛 나는 인생의 맛일진대, 참으로 어떤 말로도 다 할 수 없다.

 

우리는 순간 순간 이런 생각을 자주하는 것 같다. “그 때 조금만 더 공부할 걸.” “그 때 운동 좀 열심히 할 걸.” “그 때 조금만 더 이해하고 사랑할 걸.” 지난 시간들을 뒤돌아 보면 한 일에 대한 후회보다는 하지 못한 일에 대한 후회가 대부분이라는 말이 많이 와닿는다. 그 때 지금을 볼 줄 아는 힘이 있었다면 좀 더 노력했을텐데 하는 아쉬움들이 끊임없이 들기도 하지만, 그 때의 내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반대로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이 바로 시작할 때야. 미래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 시작해!” 사실 젊을 때는 가는 길은 몰라도 괜찮았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으니까 말이다. 알아도 일부러 안 걷는 거라며 객기를 부릴 수도 있었다. 의지만 있으면 걷는 건 언제든 가능할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게 있다. 걷지 않으면 결국엔 걷지 못하게 되는 법이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점점 능력 부족, 경험 부족의 상태로 접어든다. 그걸 깨달은 순간, 이미 청춘은 저만치 달아나버렸다. 아무리 아는 게 많아 100이라 해도 실천이 따르지 않으면 0에 불과하다. ‘100×0=0 결국 제로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아는 것을 실천하여 습관이 되도록, 그러려면 몸으로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부터라도 더 열심히 앞을 보며 걸어야겠다.

 

아무리 행복한 사람도 슬픈 일이 있기 마련이고, 아무리 불행한 사람도 행복한 일은 있기 마련이다. 어느 쪽을 바라보고 사느냐, 그것이 행복과 불행을 결정하는 거다. 웃고 살면 인생 대박이지만, 징징 짜면 인생 쪽박이다. 그래서 필자는 어느 날 인생 정책을 수립했다. “웃고 살자!” 그랬더니 답은 간단명료해졌디.

 

대박과 쪽박의 차이가 그렇게 간단하다. 참으로 간단하고 평범한 진리다. 웃고 사는 것 하나가 인생의 승패를 좌우한다. 누구든 지금부터 바로 실행할 수 있다. 예컨대 불변하는 진리의 이름으로 말이다. 어차피 누구든지 살다보면 고마운 사람도 만나고, 나쁜 사람도 만나게 된다.

나쁜 사람에게 상처 받기도 하지만, 고마운 사람에게 치유를 받기도 한다.

 

살아가다 보면 좋은 일도 만나고 나쁜 일도 만난다. 나쁜 날은 가볍게 넘기고, 좋은 날을 기다리며 힘을 내야 한다. 인생의 바구니에 좋은 것만 담을 수 없으니, 나쁜 것들이 찾아와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내 마음은 내 마음인데, 왜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까? 왜 툭하면 제멋대로 바닥 끝까지 가라앉고, 쓰라리게 아픈 걸까?

 

일도 어렵고 사랑도 힘들지만 언제나 가장 어렵고 힘든 대상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나를 극복하고 나를 넘어서는 인내와 극기가 우선되어야 한다. 사실 따지고보면 우리는 참 좋은 풍경 같은 사람이다. 나에게, 너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기쁨이 되는, 아름다운 배경이 되는 사람이다. 어떤 날은 빗방울 내리는 풍경으로 회색빛 도시의 창을 두드리며 닦아주는 사람이 되고, 또 어떤 날은 눈부신 햇살로 다가가 환한 얼굴의 미소를 안아주는 풍경으로 남는 사람이다.

 

우리는 세상 속에 속해 있지 않으나 세상 속에 사는, 참 좋은 풍경으로 바람을 달래는 배경이 되는 그런 사람이다. 길 위의 길에서, 길 아래의 길에서 언제나 나를 만나듯 사랑을 만나고, 수많은 사랑들이 아름다울 수 있도록 기도를 드리는, 우리는 참 좋은 풍경같은 사람이다. 지금 혹시 사는 게 많이 힘든가? 혼자만 힘들 거라고 생각하지 말자. 누구나 짐을 지고 살아간다. 외로운가? 혼자라도, 둘이라도, 여럿이라도, 사람은 늘 외로운 거라고 한다.

 

울고 싶은가? 목까지 차오른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꾸역 꾸역 삼킬 때가 있다. 그냥 목 놓아 울자. 누가 보면 어떤가? 혹시 그리운가? 조용히 눈 감고 이름 한 번 불러보자. 그리움이 두 배가 되어도 가슴은 따뜻해질 거다. 사랑하고 싶은가? 주위를 둘러보자. 내 사랑을 바라는 사람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의외에도 꽤나 많이 있다.

 

지금 고생하는 거 안다. 힘든 거 다 안다. 그래도 힘내자, 당신! 조금만 참자. 처진 어깨, 지친 발걸음, 바라보면 물론 가슴이야 아프다. 그렇지만 우리 함께 힘내자. 그리고 손 마주잡자. 어울려 함께 앞으로 나아가면 되는 거다. 그 앞에 소망도 있고 사랑도 있고 평화도 있으며, 그곳에서는 모든 기쁨이 샘솟듯 피어날 것이다. 성큼 우리에게 한 발자국 다가선 가을밤이 목소리 죽여 살그머니 읊조린다. 이 계절 내내 한껏 행복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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