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광고
(土曜 隨筆) ‘유지하라 아니면 돌아서라’
기사입력  2023/09/09 [22:57] 최종편집    최용훈 수필가

 

▲ 문학, 연극평론가.  가톨릭관동대 사범대 명예교수(영문학), 前 현대영미어문학회 회장 

 

 

나하고 맞는 사람일까요?

 

이제 중년이 된 여자 제자들이 가끔 인생 상담을 청해 오는 경우가 있다. 나는 원래 말이 직설적이어서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조금 지나쳤다 싶을 때가 있었지만 그 역시 나이와 더불어 많이 완화된 면이 없지 않다.

 

아무튼 그들의 질문 가운데 가장 빈번한 것은 배우자에 관한 것이었다. “그 사람과 사는 게 옳은가 싶어요.” “나하고 맞는 사람일까요? 그러한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언제나 비슷했다. “나야 모르지. 같이 사는 사람이 알 거 아냐.”

 

사실 몇십 년의 결혼 생활이 지나고 아이들도 독립할 만큼 성장하면 많은 여성들은 지나온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온 자신의 삶에 대해 때론 깊은 회의감에 빠지고 만다.

 

그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원망의 대상은 자신의 배우자이기가 쉽다. 아주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남자의 경우도 그렇다. 사실 오랜 결혼 생활은 늘 배우자에 대한 묘한 반감과 더불어 저 사람을 선택한 것이 맞았나?’ 하는 의심을 품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세월이 우리로 하여금 잊게 만드는 것이 있다. 사실 모든 관계에는 사이클이라는 것이 있다. 돌이켜 보라. 젊은 시절 사랑에 빠졌을 때, 상대의 전화를 기다리고, 스킨십을 원하고 상대의 괴팍함마저 좋아하지 않았던가?

 

사랑에 빠지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것은 자연스럽고 저절로 이루어지는 경험이다. 그저 가만히만 있어도 되는 일이다. 그렇게 빠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니까. 사랑에 빠진 이들은 종종 완전히 마음을 뺏기고 말았어요.”라고 말한다.

 

수동적이다. 빼앗긴 거니까. 자긴 가만히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은데 상대가 빼앗아 준 것이니까. 그런데 함께한 세월이 길어지다 보면 그 기억이 서서히 사라진다. 연구에 따르면 연애 시절 열정의 최대 유효기간은 아무리 길어야 3년을 넘지 않는다고 하지 않던가.

 

그리곤 잊어버린다. 사랑의 감정은 사라져 버리고 세월의 기억만 남는다. 문제는 대부분의 결혼 남녀에게 있어 그 기억이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결혼은 현실이니까. 미칠 듯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이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관계의 결말이다. 중세 서양의 표현이긴 하지만 그래서 결혼은 사랑의 종말이다.’ 자주 울리는 전화벨 소리는 성가시다. 스치는 손길이나 몸의 접촉도 유쾌하지가 않다. 가끔은 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오 마이 갓그래가지고야 어찌 사누배우자의 괴팍함은 이제 경멸의 대상이고 분노의 촉진제가 된다. 그 아름답고 낭만적이던 사랑의 감정은 무뎌지고 마침내 분노와 회한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그런 감정의 끄트머리에서 나오는 질문이 나한테 맞는 사람인가?’이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그때 그 누군가 다른 사람과 만났더라면, 그와 사랑에 빠지고 함께 세월을 함께 했다면이 순간부터 관계는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때 그 누군가 다른 사람과 만났더라면그와 사랑에 빠지고 함께 세월을 함께 했다면… 이 순간부터 관계는 무너지기 시작한다.pixabay.com

 

설렘은 사라지고 견디는 일만

 

즐거움과 설렘은 사라지고 참고 견디는 일만 남는다. 진실한 마음은 사라지고 빈껍데기 같은 공상만이 그 자리를 채운다. 간혹 참아왔던 일탈을 꿈꾸기도 한다. 그렇게 자신이 살아온 지난날을 부정한다.

 

하지만 기억해야 한다. 함께 살아온 세월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는 것을. ‘못생기고 들창코에다 하루 종일 망상(妄想)만을 쫓다가 거지꼴로 거리를 쏘다니며 젊은이들의 교화를 위해 강의를 한다나? 게다가 동성애자란다.’ 소크라테스 얘기다. 그의 아내는 악처로 이름난 크산티페. 그들은 왜 함께 살았을까? 마지막 독배를 마시는 순간까지 자신을 무시한 괴팍한 남편이건만 그녀는 왜 눈물을 흘렸을까?

 

톨스토이의 아내 소피아는 남편의 제자들을 질투하고 재산 문제로 자살 소동을 벌이기도 한다. 그녀와의 불화 끝에 말년의 톨스토이는 집을 나가 떠돌다가 어느 기차역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는다. 대문호의 애석한 종말이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사십 년이 훨씬 넘는 세월 속에서 남편의 악필을 읽을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이었고 전쟁과 평화의 방대한 원고를 여섯 번이나 손으로 옮겨 쓴 사람이었다. ‘결혼을 하면 사랑은 끝이 난다. 따라서 사랑은 결혼 밖에 있다. 하지만 때로 밖에 있는 그 무언가가 안에 있는 것의 존재 이유가 되기도 한다.’

 

20세기 대표적인 서양의 철학자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의 말이다. 사랑했었다는 막연한 기억, 그리고 그 사랑이 아직도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막연한 기대, 그것이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힘일까? 오직 세월과 기억이? 데리다의 표현처럼 불가능의 가능이 우리네 결혼 생활이란 말인가.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그 사람이 나한테 맞는 사람일까?’라는 질문은 오류일 뿐이다. 내게 맞는 사람을 찾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동일하다. 한 마디로 그 사람이 그 사람인 것이다.’ 어차피 관계의 사이클은 시작될 것이고 우린 마찬가지의 질문에 이르게 될 테니까.

 

진부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이미 찾아진 그를, 그녀를 여전히 사랑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사람을 찾지 말고, 방법을 찾으라는 얘기다. 어려운 일이라고? 당연하다. 사랑 호르몬이 떨어진 관계를 유지하려면 밤이고 낮이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시간과 힘이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혜가 필요하다. 나의 느낌과 상대의 느낌이 같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중력의 법칙처럼 관계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사랑은 신비가 아니다. 결혼은 더욱 그렇다. 사랑은 감정만이 아니다. 결혼은 더더욱 그렇다. 사랑은 결정인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당신이 결정한다. 사람을 보낸 것은 신()이었지만 그를 머물게 한 것은 당신이었다. 당신이 만든 관계를 책임지라. 그것이 불가능하다면돌아서라.

 

 

 

광고
ⓒ 모닝선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밴드 밴드 구글+ 구글+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 대통령실 * 감사원
* 국가정보원 * 방송통신위
* 국무총리실 * 법제처
* 국가보훈부 * 공정거래위원회
* 금융위원회 * 국민권익위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기획재정부
* 국세청 * 관세청
* 조달청 * 통계청
* 교육부 * 외교부
* 통일부 * 법무부
* 대검찰청 * 국방부
* 병무청 * 방위사업청
* 행정안전부 * 경찰청
* 해양경찰청 * 문화체육관광부
* 문화재청 * 농림축산식품부
* 농촌진흥청 * 산림청
* 산업통상자원부 * 중소벤처기업부
* 특허청 * 보건복지부
* 환경부 * 기상청
* 고용노동부 * 여성가족부
* 국토교통부 * 철도청
* 해양수산부 * 재외동포청
* 소방청 * 국가보훈처
* 대통령경호처
* 식품의약품안전처
*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
 
 
<서울>
* 강남구 * 강동구 * 강북구
* 강서구 * 관악구 * 광진구
* 구로구 * 금천구 * 노원구
* 도봉구 * 동대문구 * 동작구
* 마포구 * 서대문구 * 서초구
* 성동구 * 성북구 * 송파구
* 양천구 * 영등포구 * 용산구
* 은평구 * 종로구 * 중구
* 중랑구
<수도권>
* 고양시 * 광명시 * 광주시
* 구리시 * 군포시 * 김포시
* 남양주시 * 동두천시 * 부천시
* 성남시 * 수원시 * 시흥시
* 안산시 * 안성시 * 안양시
* 양주시 * 오산시 * 용인시
* 의왕시 * 의정부시 * 이천시
* 파주시 * 평택시 * 포천시
* 하남시 * 화성시
 
 
 
 
* 경기 * 강원 * 경남
* 경북 * 충남 * 충북
* 전북 * 전남 * 제주
 
 
광고
광고
많이 본 뉴스
* 더불어민주당 * 국민의힘
* 정의당 * 진보당
<방송사>
* KBS * MBC * SBS
* CBS * EBS
<신문사>
* 조선 * 동아 * 중앙
* 한국 * 국민 * 경향
* 서울 * 문화 * 내일
* 한겨례 * 매경 * 한경
* jtbc
<방송>
* 자유북한방송 * 자유조선방송
* 자유아시아방송 * 열린북한방송
* 북한개혁방송 * 통일방송
* 전국경제인연합회 * 대한상공회의소
* 한국무역협회 * 중소기업중앙회
* 한국경영자총협회 * 전국은행연합회
* 중소기업진흥공단 * 중소기업청
* 신용보증기금 * 기술보증기금
* 중소기업 정책자금 * 한국 엔젤투자협회
* 한상네트워크 * 코트라 홍콩무역관
* 코리아넷 * 중국 한국상회
* 한중협회 * 한중민간경제포럼
* 중국 거시정보망 * 차이나코리아
* 재외동포협력센터
<포탈>
* 바이두 * 소후닷컴
* 왕이닷컴 * 시나닷컴
* 텅쉰왕 * 텐센트
* 위챗
<전자상거래>
* 알리바바 한국관
* 텐마오 * 한국관
* 타오바오 * 알리페이
* 알리익스프레스 * 쑤닝이거우
* 웨이핀후이 * 징둥상청
* 뱅굿 * 미니인더박스
* 올바이 * 1688 닷컴
<언론>
* 인민일보 * 신화통신
* 환구시보 * 중앙TV
<은행>
* 공상은행 * 건설은행
* 농업은행 * 중국은행
* 초상은행
 
 
* 경실련 * 참여연대
* 한국소비자원 * 한국소비자연맹
* 소비자시민모임 * 녹색소비자연대
* 한국여성소비자연합
 
 
 
 
* 가톨릭대 * 건국대 * 경기대
* 경희대 * 고려대 * 광운대
* 국민대 * 동국대 * 명지대
* 삼육대 * 상명대 * 서강대
* 서경대 * 서울대 * 성균관대
* 세종대 * 숭실대 * 연세대
* 외국어대 * 중앙대 * 한성대
* 한양대 * 홍익대
* 서울교육대 * 서울과학기술대
* 서울시립대 * 한국체육대
* 방송통신대
 
 
 
 
<은행>
* 한국은행 * 국민은행 * 우리은행
* 신한은행 * 하나은행
* 기업은행 * 씨티은행 * SC제일은행
* *HSBC * BNK경남은행 * 대구은행
* 광주은행 * 부산은행 * 전북은행
* 제주은행 * 농협 * 수협
* 신협 * 새마을 * 우체국
* 산업은행
<카드사>
* 비씨카드 * 삼성카드 * 현대카드
* 롯데카드 * 국민카드 * 우리카드
* 신한카드 * 농협카드 * 씨티카드
 
 
 
 
* 서울대병원 * 연세대 세브란스
* 고려대의료원 * 삼성서울병원
* 삼성의료원 * 경희의료원
* 한양대병원 * 인제대백병원
* 가톨릭중앙의료원 * 이화여자대의료원
* 하나로의료재단 * 서울적십자병원
* 원자력병원 * 차병원
*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 SM * YG * JYP
* DSP * 큐브 * 스타십
* 빅히트 * 울림 * 티오피
* 스타제국 * 플레디스 * 엠에스팀
* 페이스엔 * 벨액터스 * 쟈니스
* IOK * 쇼브라더스
 
 
 
 
* CJE&M * 인디스토리
* 쇼박스 * 데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