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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칼럼> 언어의 힘은 세다
기사입력  2023/08/28 [18:10] 최종편집    김영희 끝끝내엄마육아연구소 대표

 

▲ 김영희 끝끝내엄마육아연구소 대표     

 

소망스런 언어의 힘은 크다.

 

부모나 주변 어른한테 듣는 소망스런 언어의 힘은 크다. 칭찬과 격려가 어릴수록 더 많은 자극으로 이어진다. 호기심과 기대 가득한 미래 설계의 기반에도 도움이 된다. 어른은 아이의 꿈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립서비스를 해야 한다. 사랑의 립서비스는 아무리 하찮은 거라도 가치롭다.

 

자라는 아이들에게 희망과 격려의 말을 아끼지 말아야 할 이유다. 말 한마디가 아이의 기를 살릴 수도 있고 꺾을 수도 있다. 인간은 강한 반면 약한 존재이기도 하다. 감성에 취급 주의 딱지를 붙여 사랑으로 보살핀 아이는 자긍심이 잘 발달한다.

 

큰아이 승우를 기르며 가끔 넌 세상을, 혹은 우주를 빛낼 거야.”라고 말하면 눈을 반짝이곤 했다. 아이는 엄마의 칭찬과 격려 한마디에 기분이 좋아지고 하고자 하는 욕구가 샘솟기도 한다. 내가 어렸을 때 문장(文章)’이라는 단어에 꽂혔듯이 승우도 세상과 우주에 대해 막연하게나마 궁금했으리라.

 

오랜 세월이 흘러도 문장이라는 말을 남긴 탁발승과의 인연은 기억에 남는다. 내가 지금 글을 쓰는 것도 여섯 살 때 만난 탁발승의 말 한마디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탁발승이란 불교의 수행 의식 중 하나로 수행자(스님)가 남에게서 음식을 빌어먹는 행위를 말한다.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잿빛 모시 적삼에 동냥봇짐을 멘 그가 양식을 받아 가다 말고 멈칫 뒤돌아섰다. 마루 끄트머리에 앉아있던 나를 힐끗 보며 엄마에게 덕담 한마디를 툭 던지고 가버렸다. “저 아이는 나중에 문장으로 성공하겠수.”

 

어린 나는 문장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몹시 궁금했다. ‘문장이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스펀지처럼 뇌리에 스며들었다. 하지만 상급 학교에 가서도 문장에 대해 명쾌한 답을 얻을 수 없었다. 국어사전에서 만난 문장이란? 주어+서술어라는 공식이었지만 통 마음에 끌리지 않았다.

 

탁발승의 말처럼 어떻게 해야 문장으로 성공할 수 있는가가 나의 궁금증 1호였다. 세월이 갈수록 의문과 혼돈에 휩싸일 뿐이었다. 그 후부터는 찰떡같이 믿었던 탁발승의 말마저 허구가 아닐까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 정약용이 남의 아픔까지도 내 것으로 녹여내며 숙성된 글을 쓸 때 비로소 문장이 된다고 설파했다. pixabay.com


 

문장에 대해 명쾌한 해석을 만났다.

 

그러다 30대 중반 어느 날, 책을 읽다가 문장에 대해 명쾌한 해석을 만났다. 가슴이 마구 떨렸다.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에서 제자들에게 당부하는 말이 그것이었다.

 

“~사람에게 있어서 문장은 풀이나 나무로 보면 아름다운 꽃과 같다. ~꽃을 급히 피어나게 할 수는 없다. 정성스러운 뜻과 바른 마음으로 그 뿌리를 북돋아 주고, 독실하게 행하고 몸을 잘 닦듯이 줄기를 안정되게 해주어야 한다. 경전과 예를 궁리하고 연구하여 진액이 오르도록 하고, 넓게 배우고 들으며 예능에 노닐어 가지나 잎이 돋아나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그 깨달은 것을 유추하여 쌓아두고 그 쌓아둔 것을 펼쳐내면 글이 이루어진다. 그것을 보는 사람들이 문장이 되었다고 인정하게 되니, 이것을 문장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 문장이란 급하게 완성될 수는 없다.” ~중략

 

정약용이 말한 문장이란 너무나 고상하고도 차원이 높았다. 그 고귀함과 어려움에 화들짝 놀란 나는 글을 쓴다고 글이 되는 게 아님을 알고 심히 좌절했다. 차라리 책벌레가 되어 책만 열심히 읽는 편이 낫겠다고 마음먹는 순간이었다.

 

다시 말해 읽기만 하는 바보로 살기로 작정했다. 함량미달인 내가 문장이라는 꿈 앞에서 스르르 해체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탁발승의 무심히 던진 주문이 뇌리에서 되살아났다. 수수께끼 같던 그 말이 평생의 화두가 될 줄이야.

 

언어의 힘도 세지만 인연의 힘 또한 크다. 변변찮은 작가지만 글을 씀으로써 제 2의 인생을 살게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 덕에 평범한 옆집 엄마가 육아서 끝내는엄마 vs 끝내주는엄마10여 권의 책을 내고 삶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고나 할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덧 전국구 강사가 되어 소중한 분들과 대면할 수 있음은 커다란 축복이다. 많은 부모들의 과분한 사랑 또한 감사할 뿐이다.

 

102세인 김형석 교수가 장수 시대에 60세부터 75세가 인생의 황금기라 말했다. 이제 자식도 다 키우고 일상에서 좀 한가로워졌다. 글 쓰고 책 쓰는 데 더욱 매진하기로 다짐한다. 그동안 관심 가졌던 육아 관련 책도 써야겠지만 문학적인 글쓰기에도 조심스럽게 노크해 보려 한다.

 

20228<한국산문>유년의 오일장을 써 수필가로 등단했다. 그 계기로 관심은 높아졌지만 문학적 글쓰기는 녹록치 않다.

 

아직 미완성인 나이기에 꿈은 오늘도 진행형이며 생을 다할 때까지도 전진하리라 믿는다. 정약용이 남의 아픔까지도 내 것으로 녹여내며 숙성된 글을 쓸 때 비로소 문장이 된다고 설파했다. 진정한 문장이 갖는 스펙트럼의 넓이와 깊이가 어디쯤일까를 고민하면서 느리지만 쉼없이 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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