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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동결자금’ 전격해제…‘양국간 관계개선’ 신호탄
기사입력  2023/08/13 [20:48] 최종편집    소정현기자

 

 

 

원유수출대금 해제해빙 분위기

 

수년 동안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 문제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실마리를 찾으면서 한-이란 간의 갈등 해소가 주목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 교도소에 수감된 미국인들을 석방하는 조건으로 한국에 묶여 있는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 동결을 해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있는 이란중앙은행 명의 계좌에 동결된 자금은 약 70억 달러(92000억원) 정도이다.

 

이란은 2010년부터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에 이란중앙은행 명의로 원화 계좌를 개설하고, 한국에 대한 석유 판매 대금을 받고 한국으로부터의 수입대금을 지불했다. 이후 2018년 미국 트럼프 정부가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하고 이란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리면서 이 계좌가 20195월 전격 동결됐다.

 

이렇듯, 이란은 한국에 막대한 자금이 묶어 있으니 양국 간 외교관계는 최악의 국면이었다. 2021년에는 이란 지도층은 동결 자금을 문제 삼으며 당시 이란 최고 지도자는 한국 기업이 생산한 가전제품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와 한국 드라마 방영을 중단한다는 으름장을 놓았다.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을 항행하던 한국케미호와 선원을 나포했다가 약 석 달 만에 풀어준 바 있다.

 

지난 811일 외신은 미국 백악관이 이란에 부당하게 구금된 미국인 5명이 석방돼 가택연금에 들어간 것으로 이란 정부가 확인했다고 밝힌다. 석방된 미국인들은 벤처투자자·사업가·환경운동가 등이며 스파이 혐의로 10년형을 각각 받고 복역해왔다. 앞서 이란 국영 통신인 IRNA는 이란 유엔대표부를 인용해 미국 내 수감자 5명과 이란 내 수감자 5명이 맞교환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번 미국과 이란과의 포로 맞교환 성사가 된 배경에는 한국에 동결된 자금 이라크 TBI 은행 내 자금 유럽 내 자금 등 미국의 제재로 동결된 이란 자금의 해제가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동결된 이란 자금이 해제되면 이란은 이를 인도주의적 목적과 의약품에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비공식 합의에서 이란의 농축 우라늄 농도를 60% 이하로 유지하고, 시리아와 이라크 내에서 이란 지원 조직이 미군을 공격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담긴 석방 전제조건을 이란 측이 수용했기 때문이다.

 

2019년 트럼프 행정부 강력한 경제봉쇄

 

2010년대 후반 들어 한국과 이란 관계가 냉각된 배경은 다름 아닌 한국의 우방국인 미국에서 대이란 초강경파인 도널드 트럼프가 집권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우방국에게 대이란 강경책을 주문했고, 대미교역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한국은 이란 제재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핵합의를 복원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한국도 자연스럽게 이란과의 관계 호전에 노력하고 있었지만, 이란 정부의 히잡 시위 탄압으로 인해 경제재제 해제는 수포로 돌아갔다. 이런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의 ‘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발언으로 양국관계의 악화가 심화됐다.

 

이보다 앞서 서방세계와 이란과의 관계가 악화일로에 이른 근본적 핵심은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체결된 핵 문제에 관한 합의 문서를 201858일 트럼프 행정부가 전격 파기하면서부터이다. 201571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체결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包括的 共同行動計劃, 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은 이란의 군사목적의 핵 문제에 관한 합의 문서이다.

 

일명 이란 핵합의는 이란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와 독일 등 6개국(P5+1) 및 유럽연합(EU)과 맺은 협정을 말한다. 이란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오바마 행정부에서 체결된 핵 협정이 2025년이 되면 이란 비핵화 협정의 효력이 상실되어, 결국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결정적 단점으로 인해 이란에 재협상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한 명시적 반응이 없자, 201858일 트럼프는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의 회복을 명령하는 대통령 각서에 서명후 핵협정에서 탈퇴하였다. 이어 미 트럼프 행정부는 201952일을 기해 이란산 원유 수입국에 대한 제재 예외 조치를 공식 중단했다. 모든 국가가 이란산 석유를 수입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가스 세계 2, 원유 세계 4

 

이란은 매장량 기준 가스 세계 2, 원유 세계 4위로 세계 주요 에너지 시장이다. 이처럼, 석유가스산업은 이란의 제1산업으로 경제지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산업이다. 이란 중앙은행에 따르면 GDP 대비 석유산업 비중은 201813.5%이나 연관 산업인 석유화학산업이 22.6%로 종합 36.1%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까지 이란은 미국의 경제제재가 부쩍 강화되면서 이란의 주요 수출상품인 원유 거래가 감소하면서 통화가치의 극심한 하락, 인플레이션 가속화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앞서 2016년 미국과 EU의 이란 경제제재 해제 기간 14개의 유전 및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 추진이 활성화 돼 프랑스 Total, 한국 현대건설 등이 대거 개발프로젝트에 참여했으나 미국의 경제제재가 복원된 2018년 모두 철수해 개발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는 역설적으로 이란이 핵무기 개발 의혹을 종식시키면, 언제든 이란 경제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음을 시사할 수 있어 주목을 끄는 대목이다.

 

특히 이란은 한국의 한류 열풍에 매우 긍정적 국가이다. MBC 드라마 대장금이 2007년에 이란에 첫 방송되며 시청률이 90%라는 대박을 터뜨린 것을 시작으로, 2009년에 방영된 드라마 주몽은 85%라는 시청률로 전작인 대장금 인기의 명맥을 유지함과 동시에 이란의 국민 드라마로서 완벽히 자리 잡았다. 이런 한류 열풍 덕분에 이란 국민들 사이에서는 대한민국에 대한 인상이 좋고 대한민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도 매우 높은 편이다.

 

한편, 상호 호혜적 입장에서 현재 동결 자금 계좌에 함께 묶여 있는 한국 수출 기업의 미수금을 회수하는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9년에 갑작스레 계좌가 닫히는 바람에 이 계좌로부터 물품 수출 대금을 받던 한국 기업들은 4년 넘게 발을 구르고 있다. 지난 20177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기업 대상 설문조사로 파악한 미수금 규모는 총 411, 2433억 원이었다.

 

이제 우리 정부는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풀린 것은 아니므로 원유 수입, 경협 등의 측면에서 신중한 입장이다. 이란산 원유를 재수입할 길이 열리려면 미국의 대이란 규제 해제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넘어야 할 산이 산적해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이란산 원유의 수출규제가 풀리면 산유국들이 한국 시장을 놓고 각축전을 벌일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란은 주요한 초경질유(condensates, 천연가스에서 나오는 원유) 생산국이며 한국은 아시아에서 초경질유를 가공해 석유화학제품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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