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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싱가포르인! 의동생”(제1회)
기사입력  2023/12/30 [17:19] 최종편집    장동익 칼럼니스트

서로 마음속 깊은 곳 터놓기 시작

친해지면 형제자매보다 끈끈한 정

 

간암 3기로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

힘들고 슬플 때 통한눈물 씻어주기

 

▲  장동익! 핸드폰책글쓰기코칭협회 고문

 

내 인생 최고의 선택

 

1994년에 사업 관계로 한 중국계 싱가포르인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미국의 석유왕 록펠러는인생 충고라는 책에서 말했다. “일반인과 대화를 나눌 때는 다만 30%만 말하고, 친한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도 50%만 말하고, 가족과 대화를 나눌 때도 단지 70%만 얘기하라.”


이 충고는 중국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한다. 내가 S그룹에서 근무하던 시절 중국과의 수교 이전에 당시 포르투갈령이었던 마카오의 중국인 최고 실권자가 소유한 회사와의 국내 독점 교역 창구 기능을 했었다. 마카오를 드나들면서 느꼈던 중국인에 대한 감정을 잘 대변해 주는 말이다.

 

한국인은 자신을 쉽게 드러내기 때문에 서로 쉽게 친해진다. 그러나 중국인은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친해지기까지 매우 긴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일단 친해지면 형제자매보다도 더 끈끈한 정을 나눌 수 있다고 한다.

 

1993년 하반기에 S그룹사를 퇴사하고 당시 새로운 개념의 솔루션 부문에서 세계 1위였던 미국 회사의 국내 독점대리점 사업을 하는 회사를 개업하게 되었다. 1994년부터 파트너사의 한국 사업 관할권이 싱가포르 현지법인으로 옮겨지면서 싱가포르 법인의 C대표를 처음 만났다. 동 사업은 신속하게 확장되어 C대표와의 만남은 빈번하게 이루어졌다. 자연히 그의 부인과 어린 외아들과 만남도 잦았다.

 

C대표는 중국인으로서 홍콩 태생으로 나보다 4살 연하였고, 부인은 중국인으로 싱가포르 태생이었다. C대표보다 7살가량 어렸지만, 당시 세계적인 컴퓨터 하드웨어 업체로 승승장구하던 W컴퓨터의 최연소 간부로 대단한 활약상을 보이던 여성이었다.

 

앞에서 설명한 대로 중국인은 자신의 본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 깊이 사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C대표 부부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업무 관계가 보다 심화되고 만남이 거듭되면서 서로 마음 속 깊은 곳을 터놓기 시작했다.

 

C대표 가족 모두가 한국을 1달간 방문하던 199812월에 설악, 제주 및 서울 인근 관광을 함께 했다. 설악에서 체류하던 호텔에서 함께 아침 식사하던 중 C대표 부부가 우리 부부에게 의형제 맺을 것을 제안하였다.

 

그 후로 이미 비공식석상에서는 오래전부터 호칭해 왔던 형님(Hyungnim)’을 공식적으로 부르기 시작했으며 실질적인 의형제 관계를 맺는 기념 만찬도 함께 가졌다. C대표의 이름은 KF Chan이다.

 

▲ 2023년 의동생 처와 그의 아들이 한국 왔을 때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찍은 사진(좌부터 장동익 선생 부부(첫번째, 세번째 , 두 번째 의동생 아내, 네 번째 의동생 아들)

 

설악 및 제주 지역 관광을 마치고 분당의 우리 집으로 돌아와 마지막 서울 인근 관광을 하는 첫날이었다. KF가 아침 식사를 하는데, “형님(Hyungnim), 나는 몸이 좋지 않아 아침을 못 먹겠네. 집에서 혼자 쉴 테니 아내와 아들만 데리고 갔다 오시오라고 말했다. 싱가포르로 돌아가기 전 3일간 계속 몸이 좋지 않아 집에서 쉬고 있었다.

 

그들이 모처럼의 한국여행을 마치고 싱가포르로 돌아갔는데 약 1개월 후 그가 간암 3기로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뜻밖의 소식이었다. 그러나 회복을 위한 KF 부부의 간절한 소망과 함께 끈질긴 노력 끝에 그다음 해에는 회복되어 가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그의 사무실 임직원 가족 모두 함께 하는 인도네시아령 빈탄섬 여행에 우리 부부를 초청했다. 몸은 좀 수척해졌지만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 할 수 있는 기쁨을 맛보았으며 보람찬 1주일의 여행을 즐겼다.

 

그 기쁨도 잠시, 2001년 하반기에 암이 전이되고 심화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결국, 그다음해 저세상으로 떠나고 말았다. 이제 막 의형제를 맺어 100세 시대를 함께 구가할 수 있는 계기를 맞이했는데 KF는 너무 허망하게도 떠나버리고 말았다.

 

그의 아내와 나는 한동안 이메일이나 전화로 대화하다가 2013년에는 우리 부부가 싱가포르를 다시 방문하였다.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은 한이 얼마나 컸을까마는 우리는 싱가포르에 체류하는 10일 가까운 시간을 그녀의 집에서 체류하면서 C대표와 함께 방문했던 식당들을 돌면서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물론 그녀는 나에게나 아내에게 형님이라고 불렀다.

 

그 후 싱가포르에서 주로 활용하고 있는 ‘WhatsApp’이라는 SNS 앱 통해 교신했었다. 코로나 19가 해소되어 가던 2022725일 그녀가 이제 미남인 청년으로 성장한 아들과 함께 방한했다. 나는 최선을 다해 그들의 방한을 위한 준비를 했다.

 

1주일 여 대부도 집에서 체류하고, 3일은 속초에서 지내고, 나머지 4일간 아들의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명동의 한 호텔에 체류하면서 보람 있는 여행을 마치고 떠났다. 그의 아들은 내 둘째 아들을 따라 변호사가 되기를 원했지만, 중도에 투자자문 회사에서 투자자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진로를 바꾸었다.

 

세계적인 대형사에 취업하고 잠시 쉬는 기간 동안 방한하게 된 것이다. 이번 방한 때 그녀와 아들이 우리 부부를 ‘God Parent(대부모)’로서 역할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하였다. 물론 우리 부부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흔쾌히 승낙했다.

 

그녀가 귀국하고 나서 얼마 후 자신의 가장 가까운 친구의 남편 장례식에 참석차 미국으로 떠난다는 연락을 받았다.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는 의형제를 맺은 KF가 저세상으로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도 당시 중요한 일 때문에 장례식에 참여하지도 못했고 대신 전화와 메시지로만 교신했을 뿐이었다.

 

동화작가 정채봉은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는 글에서 손수건과 같은 만남이 가장 아름다운 만남이라고 했다. 힘이 들 때는 땀을 닦아주고, 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녀와 아들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혼자 잠자리에 들면서 동생, 너 지금 하늘에서 네 아내와 아들이 나와 함께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 것을 보고 있지? 내가 이제 네 아들의 대부야. 내가 최선을 다할게. 네가 지금 웃고 있는 것 같아라며 눈물을 흘렸다.

 

 

프로필

한국디지털문인협회 자문위원, 핸드폰책글쓰기코칭협회 고문, 세종로국정포럼 교수회장 Smart Working 협의회, 감사나눔연구원 디지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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