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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로 들리던 소리 어느새 퍼지어간다”
기사입력  2024/05/08 [15:55] 최종편집    림삼 시인

 

 

 

봄비 교향악 

 

 

▲ pixabay.com



 

책상에 턱 괴고 앉은 하오

모처럼 들창밖 내리는

봄비 듣는다

 

주룩주룩주루루룩...

첨엔 귀로 들리던 소리가

사부자작사부작콩...

조금씩 마음에 들려지더니

포롱포롱포로로롱...

어느새 온 몸 퍼지어간다

 

이내 사라지는 우주

종내 감싸안는 자연

이윽히 바라보던 나는

슬몃 비가 된다

비 되어진다

한참 동안

 

그리곤 장터인 양

와글와글우우시끌벅쩍...

섞여있는 온갖 소리, 소리들

차츰

 

차츰

한 줄기씩

한 가락씩 따로

살그머니 들려나는 무슨 소리

멋진 앙상블

 

세상에!

봄비 소리가

이렇게나 아름다운 하모니였다니

 

허공에 빗살 흩뿌리는 소리

포슬포슬포스르포슬...

바람에 빗발 날리우는 소리

살랑살랑살라리살랑...

처마아래 낙수 부딪는 소리

퐁당퐁당퐁다당퐁당...

산까치 깃터는 소리

파득파득파드득파득...

 

담장밑 영산홍 꽃술 터는 소리

텃밭 한 켠 물도랑 내는 소리

뒷산 댓잎 진저리치는 소리

풀여치 어설픈 날개짓 소리

애기개구리가 폴짝이는 소리

 

그리고

조심조심 더해지는

숨 죽인 내 숨소리

 

다 들리네, 다 들려

스스스졸졸휘리릭푸르르쉬익깡총두근두근...

 

봄의 교향악이 울려퍼지는

내 누옥 골방은

오늘 청중 없어도

성대한 음악회 열린다

 

혼자 듣긴 너무 아까워

안타까운데

안타까워

 

詩作 note

봄이 뒷꼭지를 보이고 있다. 어느새 누리에 가득 들어차 있던 봄기운이 거의 쇠하고 그 자리에 습하고 더운 열기가 슬며시 똬리를 틀기 시작한다. 실인즉 여름이 목하 눈 앞에 도래했음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아직 절기상으로야 봄인 건 확실하다. 그래서 지금 내리는 비의 제목도 분명 봄비다. 이제 이 봄비를 마지막으로 아마도 올 봄비는 끝인 성 싶다. 다음부터야 여름비의 범주에 들어설테니까 말이다.

 

이 시는 근래에 지은 시이다. 봄비를 바라보며, 봄비를 맞으며, 봄비를 추억하며 쓰는 시라는 게 매양 비슷비슷하고 그 타령이 그 타령이라서 다소 식상한 면이 있긴 하다. 누구나 봄비를 대하는 마음 자세야 착하고 아름답고 평화롭다는 건 인지상정이고 공통분모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 봄비를 소재로 적는 시라면 통상적으로 낭만적이고 다분히 감상적인 느낌의 시라는 거야 당연지사다. 그럼에도 그걸 익히 알면서도, 연작시도 아닌데 유독 봄비에 집착하여 싯구절을 내려놓지 못하니 이것도 병이라면 병이다. 그것도 꽤나 심각한...

 

이 시는 모처럼 주어진 혼자만의 시간에 때마침 내리는 봄비를 망연히 바라보다가, 문득 솟구치는 향수에 주체할 길 없는 감상이 도지면서 즉흥적으로 써내려간 시이다. 그리고 다시 읽어보니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들이 퍽이나 많이 보여졌지만, 오기가 생겨서 한 글자도 수정하지 않았다. 그냥 나름의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은, 어떤 봄비 오는 날의 일기같은 시라고나 할까?

 

시간적으로는 분명 늙어버린 현재이고, 도시 구석의 한 아파트 발코니에 앉아서 바라보는 봄비인데 마치 아주 어릴 적 시골집에서 아무 생각 없이 올려다보던 봄비로 여겨지는 착시현상에 사로잡혀서는, 그저 보이는대로 느끼는대로 시공을 초월하여 어디론가 달려가는 내 모습을, 또 하나의 내가 바라보는 듯한 그런 기이한 순간을 나는 경험했다. 이른바 유체이탈도 아니고 이형환위도 아닌데, 또 다른 나를 마주하는 신기한 체험이었다.

 

순간적으로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여지는 한 갑자 전의 세상, 살구꽃 흐드러진 마을의 어귀에 졸졸 흐르던 실개천과 그 위에 놓인 징검다리를 딛고 뛰어들어가는 내 모습, 몸 더 젖을세라 얼른 봉당 위로 올라서서는 이내 툇마루에 걸터앉아 의기양양하게 봄비를 바라보는 내 모습, 그 어린 동심에도 참 많은 소리가 빗소리에 섞여 들려나는 걸 용케 알아차리고는 슬그머니 귀를 기울이는 내 모습... 아련한 기억의 창고를 뒤지면서 남의 말 하듯이 적은 넉두리가 바로 이 봄비 교향악이다. 예컨대 올 봄의 마지막 봄비 예찬론이라고 할까?

 

아무튼 뜻하지 않았던 추억과의 해후로 인하여 한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말끔히 해소되고 심리적으로 많이 안정을 찾은 것 같은 느낌이다. 참 다행스럽다. 마치 풀지 못한 어떤 울화가 가슴에 꽉 들어차서, 체한 것처럼 속이 답답하고 피돌기도 제대로 되지 않는 듯 해서, 혹시 건강상에 무슨 심각한 이상이 생겨난 건 아닐까 하고 걱정도 들었었는데 이 봄비 덕분에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

 

일전에 케이크 먹고 헬스하고 영화 보면 기분이 나아질 줄 알았다라는 제목의 책을 읽었다. 일본의 저명한 멘탈 닥터 시도(Sidow)’가 지은 일종의 심리 서적이다. 몇 해 전부터 몇몇 출판사의 서평단으로 위촉되어 신간 서적이 출간되면 대부분의 서적을 전달받기 때문에 요즘은 고맙게도 부담없이 신간 서적들을 많이 접하고 있다. 그리고 개인블로그나 관련 SNS에 독후감과 서평을 게재하면 되는 거라서, 기왕이면 비교적 장황하게 나름 성의껏 후기를 작성하는 편이다.

 

이 책도 받자마자, 끌리는 제목 때문에 얼른 첫 장을 펼쳤는데 순식간에 끝까지 읽게 되었다. 이 책에서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사람들이라면서 제시한 부류의 사람들을 나열해본다. ‘매일 스트레스가 쌓이는 기분이다’ ‘스트레스를 풀려다 중독에 빠지고 만다’ ‘한번 기분을 망치면 후유증이 오래간다’ ‘스트레스를 풀려고 이것저것 해봐도 그때뿐이다’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으면 잠을 못 이룬다’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른다’ ‘내 성격이 맘에 안 든다, 바꾸고 싶다

 

당신은 어떤가? 현대인이라면 아마도 전부 다 이에 해당이 되는 것 같다. 어쩌면 우리는 기분을 풀려고 했던 일들이 오히려 몸과 마음을 망치고 있지는 않았을까? 그렇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오늘의 스트레스가 내일까지 이어지지 않는 극약 처방, 어떤 상황에서도 멘탈이 무너지지 않는 스트레스 백신, 스트레스가 튕겨 나가는 방화벽 만들기, 이런 다양한 방법들이 일목요연하게 제시되어 있는 참 흥미진진한 책이다.

 

물체에 가해지는 힘을 물리학에서는 스트레스라고 한다. 이것이 의학과 심리학 영역으로 넘어오면 육체적 정신적 자극으로 인해 우리의 몸에 나타나는 반응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외부의 자극을 받지 않는 한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가 발달할수록 우리에게 가해지는 자극의 횟수와 강도는 점점 늘어난다.

 

의학적인 용어로는 스트레스라고 하지만, 일상에서는 다양하게 표현한다. 회사에서 일을 망쳐서 기분이 우울하다, 잘나가는 친구들과 비교돼서 자존감이 떨어진다, 그 일이 너무너무 하기 싫어서 미칠 것 같다, 저 사람하고 대화하기가 짜증난다, 일이 풀리지 않아서 불안하다, 시험을 앞두고 초조하다... 이 모든 것들이 사실상 외부의 자극으로 나타나는 스트레스 상황과 반응이다.

 

어떻게 보면 인간에게 스트레스는 숙명이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살아가는 한, 그리고 행동하는 한 물리적 정신적 자극은 가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스트레스를 피해 달아나면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게 되는 것인가? 실험 결과에 의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경우에는 지루함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그러한 현상을 증명하듯이 최근 15년간 정신과 환자의 수는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기술이 발전하고 건강에 필요한 정보가 넘쳐나는데도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은 왜 계속 늘어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인간의 생물학적 특징은 수렵 생활 이후로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 세상이 빠른 속도로 진화해서 그 격차를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책을 보면서 새삼스레 느낀 건 현대를 살아가는 누구나가 이 책의 독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를 파괴시키지 않고 재생시키는 방법을 이 책에서 찾아내면 앞으로의 일상이 퍽 재미있어질 것 같은 건방진 예감에 미소짓게 된다. 그렇게 일상의 작은 기쁨에도 미소를 짓는 습관으로 감사하면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미국 듀크 대학 병원해롤드 쾨니히’, ‘데이비드 라슨두 의사는 연구 결과, 매일 감사하며 사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평균 7년을 더 오래 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존 헨리박사는, “감사는 최고의 항암제요, 해독제요, 방부제이다.” 라고 했다. 보약보다 더한 효능을 가진 것이 감사다. 우리가 기뻐하며 감사하면 우리 신체의 면역 체계가 강화된다고 한다. 우리가 1분간 기뻐하여 웃고 감사하면 우리 신체에 24시간의 면역체가 생기고, 우리가 1분간 화를 내면 6시간 동안의 면역체계가 파괴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매일 기뻐하고 감사하면서 살아가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잘 유지할 수가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갈구하는 행복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공부 잘해서 명문 대학 가고, 좋은 직장 구해서 돈 많이 벌어 외제 자가용에 큰 집 사면 행복해지는 걸까? 이렇게 온갖 애를 써야만 비로소 행복에 이르게 되는 걸까? 그리고 반대급부로 그런 걸 이루지 못한 사람은, 달성하지 못한 사람은 패배자이며 루저이기 때문에 불행해야 당연한 걸까? 답도 모르는 문제가 잔뜩 쌓여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어릴 때는 빨리 자라 어른이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막상 어른이 되면 어린 시절이 좋았다고 얘기한다. 그런 것이다. 인생을 바로 직시하면 어릴 때는 어려서 좋고, 청년 때는 청년이어서 좋고, 노년에는 노년이어서 좋은 것이다. 그러니 언제나 지금이 가장 좋은 때임을 자각해야 한다. 탈무드에 보면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사람은 모든 사람을 칭찬하는 사람이요, 가장 행복한 사람은 감사하는 사람이라고 써 있다.

 

지금 숨쉴 수 있나? 그러면 감사하자. 햇빛을 보며 걷고 있나? 그러면 감사하자. 지금 살아서 움직이고 있나? 그러면 감사하자. 지금 할 일이 있나? 그러면 감사하자. 한 모금의 물을 마실 수 있나? 그러면 감사하자. 일용할 양식이 있나? 그러면 감사하자. 보고 싶고 그리운 사람이 있나? 그러면 나처럼 소식을 전하자. 답이야 있건 말건 상관 말자. 감사하는 마음은 내 나름이니까.

 

조물주가 창조한 아름다운 지구촌, 단 한 번 뿐인 여행길에서 오늘도 마음껏 감사하고 삶을 찬양하며 멋진 추억을 만들어 가도록 하자. 봄이 여물어 여름으로 열매 맺기 위해 달음박질 치는 절기, 5월 상순의 하루, 오늘도 좋은 하루가 되어지기를 바라면서 아침을 연다. 기왕이면 봄비가 한 번 만 더 내려준다면 참 좋겠는데, 그럼 더 없이 행복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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