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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인 달러 강세 ‘경제 적신호 징후’
기사입력  2024/04/21 [23:21] 최종편집    소정현기자

 

▲ kbs캡쳐

 

 

 

19903월 이후 최대 상승폭

 

중동발 대위기와 지속적인 미국 달러화 강세 영향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 치솟고 주가는 급락하고 채권 금리는 급등했다. 특히 중동 정세에 급변에 따라 고환율과 고물가, 고유가 흐름이 장기간 지속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온다.

 

·달러 환율이 1400원 수준까지 상승했던 경우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그리고 2022년 한국의 수출 부진으로 무역수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던 때이다.

 

지난 419일 원·달러 환율은 1382.2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말 종가(1288.0)보다 7.3% 높아진 수치다. ·달러 환율은 지난 16일에는 장중 140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달러 환율이 연초 3개월여 기간에 7%를 뛰어넘는 급등세를 보인 것은 이례적이다. 19903월 시장평균환율제(199712월 자유변동환율제)가 도입된 이후로 같은 기간 최대 상승폭이다. ‘외환위기 사태가 불거진 1997년에도 1~4월 같은 기간 6% 안팎 상승했다.

 

4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5거래일 만에 순매도 전환해 2381억원을 매도하고 나갔다. 이달 들어 단 하루를 제외하고 사자 행진을 이어왔던 외국인은 전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팔자로 변심했다. 결국 달러의 유동성 부족이 환율의 변동성을 크게 확대할 우려가 커진 것이다.

 

달러가 초강세이니 시세 차익을 노리는 달러 예금 잔액은 자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지난 18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준 달러 예금 잔액은 5586560만달러(77400억원)로 집계됐다. 달러 예금은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적립해뒀다가 출금하거나 만기가 됐을 때 원화로 돌려받는 금융상품이다.

 

이는 지난달 말 5737760만달러보다 151200만달러 감소한 수치다. 원화로 환산(18일 종가 1372.9)하면 2760억원 상당이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706270만달러(97000억원) 줄었다. 202312월 말 6292830만달러, 올해 1월 말 5935550만달러, 2월 말 5783010만달러, 3월 말 5737760만달러 등으로 4개월 연속 급감한 것이다. 시중은행 달러 예금 고객의 70~80%는 기업이다. 환율이 오르자 기업들이 달러 예금에서 돈을 인출해 환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달러화의 지속적 강세는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최근 기준금리 인하를 장기간 미룰 수 있다고 시사한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연준은 23년 만에 최고 수준인 현재 5.25~5.5%인 기준금리를 올해 인하할 뜻을 밝혔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6월에 첫 금리 인하를 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연속 3개월 동안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게 집계돼, 금리 인하의 시기와 폭에 대한 기대는 점점 멀어져만 간다.

 

여기에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친 것도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달러 강세(원화 약세)는 지난 413일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습한 뒤 중동 지역의 전운이 고조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극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419일 미국 ABC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란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이날 이란 영토로 미사일을 발사, 시설을 타격했다. 이 같은 보도가 나온 직후 국제유가는 3% 이상 급등했다. 당일 오전 1148분 아시아 시장에서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3.32달러(3.81%) 오른 90.43달러에 거래됐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3.32달러(4%) 상승한 86.05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간의 분쟁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다. 중동지역의 긴장감이 높아지면 국제유가가 오르고 석유를 100% 수입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물가와 실물경제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양국이 분쟁이 지속되면 국제유가가 더 큰 폭으로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중동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6분의 1이 지나는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수 있어서다. 지난해 국내로 들어오는 원유의 72%도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했다. 일각에선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겨 130달러대까지 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경우 우리 소비자물가는 3.6% 올랐다. 올해 한국은행은 2.6%로 전망하고 있다. 그런데, 이 수치는 원유가를 국제유가를 80달러 선에서 전제를 한 것이다. 100달러를 상회하면 물가를 잡는다는 것은 너무 벅찬 과제이다.

 

식품기업 환율 상승에 물가인상 압력

 

K푸드 수출이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해 원·달러 환율 상승의 수혜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고물가 영향으로 원·부자재는 물론 인건비와 물류비가 오르는 중에 환율까지 급등하자 국내 식품기업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부자재 구입에 따른 비용 증가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식품기업들의 주요 제품인 밀가루, 설탕, 라면, 과자류의 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대표적으로 원맥(밀가루), 팜유, 원당(설탕), 대두(식용유), 옥수수 등이 있다. 업계에서는 원유와 달러 상승까지 겹치면서 생활물가가 수직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장 가동에 필요한 에너지 비용, 물류비 등이 모두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물가 인상은 불가피 할 수밖에 없다.

 

한국소비자원이 다소비 가공식품 32개 품목의 올해 1분기(1~3) 평균 가격을 조사한 결과 25개 품목의 가격이 전년 대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평균 상승률은 6.1%, 인상된 품목의 평균 상승률은 9.1%.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3.6%)2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환율 급등은 수입물가의 상승 요인이다. 3%대인 물가상승률을 더 끌어올릴 공산이 커졌다. 과일과 채솟값이 이미 상당폭 오른 상황에서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이 될 걸로 우려된다.

 

유가 상승이 촉발한 환율 상승으로 인해 수입 물가가 오르면서 국내 전반 물가를 밀어 올리고 이것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더욱 지연시킬 수도 있다. 결국, 환율 급등이 소비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기준 금리를 내리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2%대로 안정된 뒤에나 생각해볼 수 있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지정학적 리스크 최대 변수

 

환율이 최근 급등한 이유는 여러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우선, 미국의 금리 인상을 들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 하방을 위해 금리를 상당히 올렸다. 이로 인해 달러의 가치가 급상승하게 되었다. 다음으로, 국제적 경기 침체이다. 유럽과 중국의 경기 침체로 인해 유로화와 위안화가 약세를 보였다. 이로 인해 다른 통화와의 비교에서 달러의 가치가 두드러졌다. 셋째, 대북 리스크 증가를 들 수 있다. 멈추지 않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같은 대북 리스크가 증가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졌다.

 

더욱이 미국과 한국간의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 역시 환율 상승 요인이 된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자금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격차는 202372%포인트로 벌어져 지금까지 사상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또한 중동 리스크로 유가가 오르면 우리나라처럼 원유 수입국은 달러 강세와 고물가의 이중고를 겪게 된다. 주변의 다른 나라들보다 상승폭이 훨씬 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력충돌에 이어 이란-이스라엘 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연이어 발발한은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를 자극해 달러화 강세에 힘을 싣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감 상실, 높은 인플레이션, 점점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중동사태 리스크까지 더해져 달러 강세 기조가 단기간에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올해 경제에 영향을 미칠 최대 변수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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