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일 채택 ‘캠프 데이비드 원칙’
“캠프 데이비드는 역사적인 장소인 동시에 미국 대통령의 가장 사적인 집과 같은 공간이다. 여기에 한미일 정상의 각별한 회동은 미국 대통령이 가장 친한 친구를 자신의 집에 초청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마이클 조르지오니 전 해군 소장)
지난 8월 18일 한미일 정상들이 3국 간 파트너십의 새로운 시대를 시범 항해하기 위해 캠프 데이비드에 모였다. 2015년 이후 외국 정상이 캠프 데이비드를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며,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외국 정상을 초청한 것이다.
특히 한미일 이번 정상회담은 지난 1994년 한미일 정상회담이 처음 열린 이래 13번째다. 이전, 12번의 회담이 다자회담이나 국제회의를 계기로 열렸던 것과 달리 단독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이번 캠프 데이비드 회동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한미일 협력의 지속적인 지침을 담은 ‘캠프 데이비드 원칙’(Camp David Principles)을 채택했다.
우선, 3국 협력 관계를, 사실상의 지역 내 독립 협의체로 끌어올리자는 합의가 이뤄졌다. “한미일의 5억 명 국민들이 안전하고 번영하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 우리의 공동의 목표가 될 것이다. 우리는 모든 영역과 인도-태평양 지역과 그 너머에 걸쳐 3국 협력을 확대하고 공동의 목표를 새로운 지평으로 높이기로 약속한다.”
이어 한미일 정상회의와 함께 외교·안보·산업 고위 당국자 간 회의를 1년에 최소 한 차례는 개최하기로 했다. “우리는 정기적이고 시기적절한 3국 간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국가정상급을 포함한 소통 메커니즘을 개선할 것이다. 우리는 최소한 연례적으로 3국 정상, 외교장관, 국방장관 및 국가안보보좌관 간 협의를 가질 것이다.”
이와 함께 올해 안에 미사일 경보 정보가 실시간 공유되고, 연례 연합 방어훈련, 사이버 안조 공조체계도 합의에 이르렀다. 북한 위협에 대응하는 군사 협력으로 도발 대응 능력을 높이고, 사이버 가상자산 탈취 등을 막아 핵 개발 돈줄 차단에 초점 맞춰진다. 또한 북한 인권과 납북자, 억류자, 국군포로 문제 해결에도 힘을 합치기로 했다.
“우리는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공약을 재확인하며,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우리는 북한의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고 사이버 활동을 통한 제재 회피를 차단하기 위해 국제 사회와의 공조를 포함, 3국간 협력을 추진해 나가고자 3자 실무그룹 신설을 발표한다.”
새로운 수준의 한미일 협력을 ‘캠프 데이비드 원칙’ 문서로 채택한 건, 각국 정부가 바뀌더라도 협력 수준이 후퇴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이번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회동이 북중러 3각 대립과 갈등에 전면전 선포를 명문화하고 있어, 뜻대로 순항할 것인지는 예측 불허의 국면이다.
1987년 미국과 소련이 전 세계에 배치된 중-단거리 핵미사일 페기에 합의했다는 뉴스는 지난 반세기동안 인류를 위협해온 핵공포를 완화하고 데탕트관계로 환원시키는 이른바 ‘뉴데탕트 체제’의 혁신 이정표가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촉발에 따른 군비경쟁의 가속화는 세계 어느 지역이든 분쟁지역으로 급발진 조짐이어서 ‘안보경제 지정학적 특성상’ 중립외교를 견인해야할 대한민국이 오히려 신냉전을 점화하는 국가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신속히 현실화 되고 있다.
● 역사적 회동의 ‘지난 기억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한미일 정상회담을 갖은 장소인 ‘캠프 데이비드’(Camp David)는 어떤 의미가 있는 각별한 장소일까? 워싱턴 DC에서 118km 떨어져 있는 캠프 데이비드는 메릴랜드 주에 있는 대통령의 전용 별장이다. 대통령의 휴양지답게, 미합중국 해군이 관리하는 군사 시설로 분류되어 기지(camp)라는 이름이 붙었다.
루스벨트의 뒤를 이은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이곳을 대통령 별장으로 정했고, 1953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자신의 아버지와 당시 다섯 살이던 손자 데이비드의 이름을 따서 ‘캠프 데이비드’로 명명했다. 그리고 손자 데이비드는 조부가 대통령이었을 당시 부통령이었던 리처드 닉슨의 사위가 된다.
캠프 데이비드는 주요국 정상들이 모여 역사적으로 중요한 합의를 도출한 장소이자 적대 국가 간의 관계 개선이 이뤄진 곳으로 외교적 상징성이 매우 높다. 1978년 지미 카터 대통령의 중재로 이집트의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과 이스라엘의 메나헴 베긴 총리가 이곳에서 회담을 하여 협정을 맺은 곳이다. 오바마 행정부 때에는 2012년 G8 정상회담을 이곳에서 개최했다.
이에 훨씬 앞서 1943년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의 윈스턴 처칠 수상이 외국 정상으로서는 최초로 캠프 데이비드를 방문해 루즈벨트 대통령과 종전 협의를 논의했던 역사적 공간이다. 미소 냉전이 본격화됐던 1956년에는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흐루쇼프 소련 서기장 간 정상회담으로 슈퍼 강대국간 군사 대결을 멈추기로 합의에 이른유서 깊은 장소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대통령 중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4월 첫 초청을 받고 당시 부시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골프 카트 운전대를 잡고, 부시 전 대통령은 조수석에 앉은 채 1시간 40분간 캠프 데이비드 곳곳을 둘러보았다.
● ‘한미일 간 북중러’ 대립심화
이번 한미일 캠프데이비드 정상회담은 사실상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현실적 제반 사안’에 시각차를 동조화 시켜 미국 주도의 아태 전략을 확장 심화시킨 것의 전초전 격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3국 정상회담은 내년 대선을 앞둔 美 바이든 행정부가 재선을 위해 심혈을 기울인 창작물이다. 따라서 그 진정성과 순수성이 강하게 도전받고 있어 그 향배가 주목된다. 북중러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고, 우리 국민의 반일 정서를 치유하지 못하고 강제 수습한 미봉책에 불과하여 추후 총선과 대선의 정치일정에 다분히 영향 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 정상회담 이후로 유독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가 최종 초읽기에 들어가 한국민의 성난 민심을 자극할 공산이 더욱 커졌다.
이번 캠프 데이비드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 “국제적 공신력이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점검 결과를 신뢰하고 있다. 다만 IAEA 점검과 계획대로 처리되는 지에 대해선 일본과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책임 있고 투명한 점검이 필요하다” 또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 개시 시점과 관련해 “정부로서 판단해야 할 최종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제는 여기에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 한국·미국·일본이 이번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국제질서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의 주체로 지목하고,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다’고 밝힌 지 불과 6시간 만에 중국은 대만 인근 해역·공역에서 해·공군 합동 순찰과 훈련을 진행했다.
이전,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그 조약의 범위를 “타 당사국에 대한 태평양 지역에서의 무력 공격”으로 제한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타국의 전투에 동원될 법적 근거가 없으니 ‘아태지역 안보를 위한 협력’을 금번 ‘캠프 데이비드 원칙’으로 명시한 것이다.
결국, 한반도에 일본이 군사적 개입을 할 가능성을 열어주는 동시에 한국이 인도·태평양에 동원될 ‘명분’의 판도라 상자를 활짝 개방한 것이다. 이번 3개국 정상회담은 미국과 일본의 국익만을 위해 한국이 강제 봉사했다는 우려를 어떻게 불식시켜 나갈 것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