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 살만 왕세자는 2017년 10월, 서북부 홍해 인근 사막과 산악지대에 서울의 44배 넓이에 해당하는 ‘저탄소 스마트 미래형 신도시’ ‘네옴’(NEOM)을 건설하겠다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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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전 2030의 핵심’ 네옴시티’ 프로젝트!
한국에 있어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존재는 결코 잊혀질 수 없는 중동의 대국이다. 1970년대 석유위기 이후 한국에서는 ‘중동붐’이라는 신조어를 만들기까지 하면서 풍부한 오일 달러의 매력을 듬뿍 선물한 나라가 바로 사우디아라비아이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이번 17일 방한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15~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에 이어 한국을 전격 방문한 것이다.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은 2019년 이후 3년 만으로 왜 한국을 찾았을까?
빈 살만 왕세자는 현재 총사업비 5천억 달러(약 710조 원) 규모의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 ‘네옴시티’ 사업을 총 지휘하고 있다. 네옴시티는 서울의 44배 크기로 스마트 도시를 짓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빈 살만 왕세자는 금번 방한에서 수주 기업을 물색하면서 다양한 협력 방안을 적극 타진했다는 후문이다.
석유 대부국이면서도 매우 폐쇄적 이슬람 왕정국가를 견고히 고수했던 사우디의 범글로벌 개방 정책은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네옴 시티’ 프로젝트는 비전 2030의 핵심이다. 2016년 4월 25일, 살만 왕세자는 미래 석유자원 고갈을 대비하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성공적인 경제 다각화를 달성하기 위한 21세기 최대 단일 프로젝트인 비전 ‘비전 2030’을 발표하였다.
‘비전 2030’은 석유 의존도가 절대적인 사우디의 산업 구조를 다변화해 탈(脫)석유 시대를 준비하고, 여성의 권리 증진과 사회 참여 확대를 축으로 하는 온건한 이슬람 현대 국가로 전환한다는 국가 개조 계획이다.
사우디의 석유 부문은 사우디 예산 수입의 약 87%, 수출의 90%, 국내총생산(GDP)의 42%를 차지한다.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 비전 2030 하에서 산업다각화를 통해 석유의존도를 줄이는 생산국가로의 전반적 경제구조 변화를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첨단 기술과 투자 허브로 변신하기 위해 총 7,000억 달러(한화 834조원)가 투입된다. 사우디는 구체적으로 일자리 창출방안, 관광산업육성, 세 개 대륙을 잇는 허브 구축전략, 의료부문 활성화전략 등을 제시하였다.
총 7,000억 달러 비용이 소요되는 ‘천문학적 매머드급 비전 2030’에서 이 중 5,000억 달러(약600조원)가 ‘중동판 실리콘밸리’인 미래 신도시 네옴(NEOM) 건설비용이다. 살만 왕세자는 2017년 10월에는 서북부 홍해 인근 사막과 산악지대에 서울의 44배 넓이에 해당하는 미래형 신도시 ‘네옴’(NEOM)을 건설하겠다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네옴 프로젝트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 중인 저탄소 스마트 도시 건설 사업이다. 친환경 도시 구축이 메인 컨셉이기에 자연환경 대부분은 그대로 유지되며, 도시로 개발되는 지역은 극히 일부 지역으로 한정된다. 이 도시에는 석유 대신 풍력과 태양광 에너지가 공급된다.
● 또 한축 ‘관광개발 홍해 프로젝트’
“사우디는 그저 석유만 파는 국가가 아니다. 사우디 왕국은 관광 자원으로서도 아주 큰 보물이다.”(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사우디는 그동안 전 세계 여행자들에게 접근하기 힘든 금단의 땅이었다. 사우디를 찾는 외국 여행객은 2014년 1,826만 명으로 20여년 동안 6배 증가했지만, 이들 대부분은 씀씀이가 작은 이슬람 순례객들이기 때문에 관광 산업이 발전하지 못했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알 아라비아 TV인터뷰에서 “모든 국적의 관광객들에게 나라의 문을 열 방침”라며, “사우디에는 비(非)이슬람 유적도 많다. 기독교·유대교 관련 역사 유적을 관광지로 개발하면 다양한 문화권의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사우디를 휴양지·관광지로 만들려는 야심에 찬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외신들은 비전 2030 개혁안 중 특히 관광산업이 민간 분야를 대표하는 핵심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사우디 관광·국가유적위원회(SCTH)는 2030년까지 연간 국내외 관광객 1억 명을 유치하고, 관광 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현재 3%에서 10%까지 높인다는 복안이다.
또 앞으로 10년간 15억 명의 승객을 수용하는 국제공항을 건설하고 호텔 객실 50만 개와 일자리 100만 개를 새로 마련한다는 원대한 포부도 밝혔다.
사우디는 2017년 8월에 홍해의 50개의 섬에 호화 리조트를 조성하는 대규모 관광 사업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22년에 종결되는 홍해 프로젝트의 1단계에는 공항, 요트 정박지, 주택단지, 레크리에이션 시설, 3000개 호텔 객실 등이 건설된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홍해 상에 있는 22개 섬이 개발되고 이를 통해 7만 명에 달하는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GDP에 220억리얄(58억6000만 달러)을 더해줄 뿐만 아니라 연간 100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을 끌어들여 사우디의 ‘비전 2030’ 플랜의 주요 목표인 경제 다각화를 이루는 주된 수단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모든 규제풀린다’ 한국기업 절호의 기회
사우디에는 여행 비자라는 게 없었다. 외국 여행자로 분류되는 이들은 대부분 성지(聖地) 순례 비자를 받고 메카나 메디나 등으로 향하는 순례자들이기 때문이다. 이슬람 발상지이자 성지인 사우디는 엄격한 종교 율법과 보수적인 관습이 지배한 탓에 외국인의 방문을 아랍계 이슬람 사회의 통합과 종교적 순수성을 저해하는 불순한 요소로 여겼다.
이에 외교관 신분이 아니라면 무슬림의 성지순례와 초청장이 필요한 사업, 가족 방문, 취재 등 특별한 경우에만 엄격한 비자 심사를 통해서만 사우디를 방문할 수 있었다. 사업상 사우디를 들른 외국인이 짬을 내 여행을 하려면 초청 기관의 여행증명서를 소지해야 하고, 여성 단독 여행이나 공공건물 사진 촬영도 금지되는 등 통제가 엄격했다.
그러나 사우디는 이런 관행을 과감하게 탈피하여 한국을 비롯한 49개국에 관광만을 위한 비자를 2019년 9월 28일부터 발급하고 있다. 사우디 관광 비자를 받으려면 인터넷 등록 또는 사우디 내 공항에 도착해 방문 비자를 신청하면 된다. 1년 유효 기간의 복수 비자에 체류 기간이 90일로, 조건이 좋은 편이다. 신청인은 “자신의 종교도 입력할 필요가 없다”라며 개방성을 부각했다.
청년 세대의 목소리라고 상징되고 있는 현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이 주도하는 여성 운전면허 허용, 엔터테인먼트 산업 육성, 새로운 일자리 창출 시도와 같은 개혁 추진은 사회 변화를 갈망하는 젊은 층의 공감을 획득함으로써 국민 다수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현재 사우디 왕국은 영화 금지령을 해제하고, 국가 행사 장소에 남녀를 합석시켰으며, 2018년 6월 24일부터 여성들의 운전을 허용하는 등 가장 엄격했던 규칙들이 서서히 깨어지고 있다.
특히 개혁 성향의 젊은 층이 다수를 차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인구 구조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개혁 정책을 성공하도록 이끄는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된다. 1950년 312만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 인구는 2017년 외국인 약 1,050만 명, 자국민 약 2,250만 명으로 합계 약 3,293만 명으로 증가했고, 전체 인구의 약 70%는 30세 미만으로 젊은 층이 다수를 차지한다.
이렇듯,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서 아쉬울 것 없던 사우디의 ‘사회와 경제’ 체제의 대수술은 석유 의존 경제 체제에서 벗어나, 유라시아 대륙의 동서를 잇던 실크로드 아라비아 상인의 이미지를 재구축하여 ‘새로운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야심한 행보이다.
이런 사우디의 미증유의 이례적 대내외적 호조건 하에서 우리 국토교통부는 지난 11월 6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크라운플라자 RDC 호텔에서 해외인프라도시개발공사, 코트라 등 공공과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사, KT·네이버 등 IT기업과 자율주행 분야, 스마트시티 분야 스타트업 등 22개 기업이 참여한 ‘원팀코리아 로드쇼’를 개최한 바 있다.
이에 사우디의 친환경 신도시 건설 ‘네옴 프로젝트’와 천혜의 관광개발 추진 ‘홍해 프로젝트’에 한국기업의 참여는 최적의 환상 조합이다. ‘자동차·조선·철강’, ‘반도체·스마트폰·가전제품’, ‘인터넷·무선전화’, ‘게임·영화·K팝’ 등 한국처럼 산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하게 성숙되고 산업별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나라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