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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명 칼럼> ‘한 장 남은 달력’
“한결같이! 잘 살아왔나 뒤돌아본다”
기사입력  2021/12/02 [01:20] 최종편집    이춘명 칼럼니스트

 

 

 

 

어제까지 치열하게 살았다.

 

허공에 두 번째 출생 신고를 했다. 어느새 일 년이 다 지났다. 달력 한 장 남았다. 늘 같은 마음이다. 잘 살아왔나 뒤돌아본다.

 

부모가 지어준 이름으로 어제까지 치열하게 살았다. 봄에 태어나서 봄 춘, 명줄 길라고 목숨 명.나는 이 춘 명으로 살아왔다. 아직 노년이라고 말 할 수 없고 중장년도 아닌 어정쩡한 나이의 여자이다. 주민 등록과 가족 증명서 그 외 각종 신분증 서류에 서명 날인한 내 이름에 책임지며세상 속에서 보통이면서 보통이 아닌 시간을 보냈다. 속명으로 어울려 살았다.

 

내 의지나 선택이 아닌 이름을 개명하지 않았다. 사는 일에 그다지 불만이 없어 그대로 아이로크고 어른이 되고 노인으로 변하고 있다, 미래와 희망을 넣으려고 밝은 명으로 한자어 한자만 바꾸면서 스스로 환하게 긍정적으로 주문을 걸며 개척하며 혼자 이기고 있는 날들이다,

 

인생의 한 시점에 나는 내가 내 이름을 받고 다시 세상을 바라본다. 나를 보좌하고 살아가는 방향을 의미하는 은혜 혜와 바다 같은 마음으로 살려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건다.

 

어느 생을 마칠 때 덜 후회 하려고 새롭게 시작한다. 내가 나의 이름을 길게 부르며 다시 태어나는 느낌을 갖는다. 나는 오늘 한 살부터 시작이다.

 

젊은 날에는 슬기로운 성품을 갖고 싶어 이름 앞에 붙이기도 했다. 아름다운 숲이 되고 싶어 덧붙이기도 했다. 불러지는 대로 다 실행하여 살지 못했다, 노력하면서 고치면서 비슷하게 하려고 했다. 이제는 차분히 조용히 점검하는 달이다. 정신과 육신의 고통과 방해에서 인내와 배려로 건강히 살아온 날에 감사한다.

 

 삶의 가장 근본적인 것은 은혜

 

오늘부터 삶의 가장 근본적인 것은 은혜라고 답을 찾았다. 사람과 사물과 자연에서 받은 모든 은혜를 돌려주어야 한다. 오늘의 나를 만들어 준 모든 것이 결론은 은혜이다. 한 해를 마무리 하며 다시 새해를 기다리며 어제까지 다녀온 내공으로 나는 다시 새 사람이 되려 한다.

 

마흔 살에는 자기 얼굴에 떳떳해야 하고 늙으면 그림자에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그동안의 시행착오로 부족했던 것을 기억하며 지우개를 지우지 못한 체 감추거나 거짓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사람의 할 일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수행하기 위해 나는 내 이름을 향해 약속한다. 은혜를 바라보는 눈을 맑게 하고 찾아내는 청렴과 몸에 베이게 하는 연습을 하겠다고 힘주어 말한다. 다가오는 겨울부터 가까이 있는 봄을 기다리며 내가 나에게 거는 승리의 손짓이다.

 

나를 불러주는 많은 사람들을 스스로 먼저 끊지 않는다. 지나온 날에 우연과 필연으로 만났던 일이나 취미로 공유한 공간은 넘어갔다. 시간이 지나면 추억으로 덮여진다. 그 나름으로 행복했다. 통신으로 연결하여 끈끈한 맥을 이어가는 관계 중에 중단되는 곳도 몇몇 있다. 그런대로 놔둔다.

 

멈추면 다시 나도 돌아온다. 어울렸던 고리가 풀리면 그 만큼이구나 그 정도로 만족한다. 쿨하게 보내고 깨끗하게 빠져 나온다. 잊어주고 잊혀지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이다. 툭 툭 턴다.

 

다시 단단하게 연결되어 붙잡으려는 모임에는 더 충실하게 겸손하게 다가간다. 내가 한 말과 순간순간 나의 움직임이 단체에 합류해야 하고 필요성이 있어 조건 없이 손잡아 주는 상대에게 나는 내 이름에 덧붙여 나의 생각과 지표인 은혜를 안고 마주하고 답하기로 한다.

 

올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며 스치는 셀 수 없는 사람 중에 만나서 짧은 길이든 길게 같이 함께 공유한다는 것은 알 수 없는 먼 훗날의 소중한 재산이다. 한 치도 놓을 수 없다는 말이다

 

추측할 수 없는 내일이다.

 

다시 태어나 다른 얼굴로 살아가게 될 지도 모른다. 추측할 수 없는 내일이다. 어떤 좋은 기운으로 감싸줄 수 있는 능력이 축적될지 가늠할 수 없다.

 

보이지 않는 기초 공사를 한다. 혹여 나를 미워하고 기피하고 꺼려하고 대수롭지 않게 무시하는 이가 있어도 섭섭하거나 미련스럽게 매달리거나 묻고 따지지 않는다. 그것은 그 사람의 마음이다. 내가 관여할 수 없다.

 

나를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조금 떨어져 있으면 된다. 등 돌리지 않고 바라보고 기다린다. 그림자로 숨어 있거나 벙어리로 귀 막고 서성거린다.

 

혼란과 의심이 솟구칠 때 발을 떼고 뒷걸음을 친다. 흐릿한 거울이 된다. 인간관계에서 나만의 대처 방법이다. 좋아하면 성실히 다가가고 싫어하면 나에게 하는 대로 대꾸하지 않고 밀어내는 대로 밀려나 준다.

 

● 추위를 재촉하는 신호

 

겨울비가 내린다. 하루 종일 거리를 적시고 몸을 적신다. 추위를 재촉하는 신호이다. 준비 하라는 계절의 순환이다.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봄이 온다. 당연한 정답이다. 순리대로 지나는 자연의 이치에 적응하고 대응하는 것이 사람의 일이다. 나의 나이는 인생의 석양쯤이다.

 

흔적이나를 말해준다. 나의 뒷모습으로 물든 세상이 앞으로의 삶의 방향을 자로 잰 듯 보여준다. 볼 수 있는 것, 부딪치는 것을 이겨내야 하는 것에서 은혜를 족집게로 뽑아내려 한다. 알아차리고 받들고 익혀서 나로 인해 무르익은 농축된 어떤 불덩이를 밖으로 굴리려고 한다.

 

이제 나에게 보장된 보너스의 삶이다. 새로운 이름은 나의 간판이다. 천천히 11월 달을 점검하고 보냈다. 12월에 미흡한 것을 해결하고 벽에 걸린 한 장의 기간 동안 한 줄씩 지워내고 있다. 그래도 아쉽고 아까운 1년이 지나간다.

 

제야의 종소리를 듣고 새 달력을 걸면서 들뜬 기대와 약속을 미리 적어 놓는다. 나름대로 바쁘게 지낸 일 년이다. 요모조모 알차게 쪼개며 살았다, 크게 드러나지 않고 유별나지 않고 얼굴을 가릴 만큼 인색하지 않았다, 양심에 떨리지않는다.

 

관계 유지를 위해 제스처를 보여 주었고 분명한 태도와 스케치를 건네며 어울리고 살았다. 여전히 같이 하는 사람들과는 언제나 그날이 그날이고 오늘이 어제와 같은 날의 의리로 만난다.명단에 박혀있는 떳떳한 사람으로 살고 있다.

 

상대의 형편과 진행에 서로 맞지 않고 부담이 된 곳은 나보다 먼저 문을 닫았다, 도리어 편하게 선수를 쳤다, 고맙게 정리해주었다,

 

떠벌리지 않아도 진득하게 살아오면 진리가 인증한다. 이제야 확실히 깨달았다. 하늘이 인정하고 우주의 기운이 둘러싸여 나를 보호해주고 맡겨주고 있다. 새 이름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잘 살아온 것에 대한 보상이고 격려이다.

   

오늘부터 세파에 시달린 이름 석 자가 아니다. 타의에받은 새 이름 은혜와 바다의 의미이다. 내 몸조차 혼자 힘으로 서서 버티며 사는 것이 절대 아니다. 수많은 따뜻함으로 지탱해왔다. 생명이 건강하게 유지되는 것도 이유가 있다, 꼭 해야만할 일이 있다는 몫이다. 출정할 준비가 되어 있는 신호탄이다,

 

▲  이춘명 칼럼니스트

나에게 허용된 구역에서 주어진 히든카드를 놓지 않고 용감하게 나서고 있다. 앞으로 펼쳐질 겨울과 봄과 또 바뀌는 계절마다 시간 속에서 나는 나로서 일어서고 있다.

 

걱정이 되거나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주어진 임무에 회피하지 않는다.

 

지나온 삶은 결단코 순탄하지 않았. 그것보다 더한 위험이 있어도 부딪치고 이겨내고 거뜬히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새로 받은 이름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받들어 안고 정중하게 두 손으로 안고 점점 일어나고 있다.

 

어제까지의 준비와 내일의 서막을 위해 오늘 1초마다 나를 크게 불러내고 있다.


원본 기사 보기:해피!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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