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 변화! 새로운 학교로 근무지 이동

 

▲ 박행주 / 국제전통예술교류협회 초대회장

우리의 삶 가운데에는 모든 것이 계획한 대로만 이루어질 수는 없어서 때로는 좌절을 하지만 어떨 때는 그로 인해 예상치 않는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이 생겨났던 것이고 필자가 국악의 길을 가는 중에도 이러한 변곡점이 몇 번 있었다.

 

필자는 2016년 2월 이탈리아공연을 끝으로 2017년 3월, 새로운 학교로 근무지를 이동하게 되었다. 그곳에서도 이전 학교에서처럼 풍물단을 만들어 지도하며 해외공연을 참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학교 내의 사정으로 풍물단을 운영할 수 없게 되었다.

 

20년을 넘게 해오던 국악교육활동을 할 수 없게 되자 크게 낙담하게 되었고 많은 에너지가 순식간에 몸에서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러던 중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지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풍물단을 만들고 지도한 것이었다.

 

그해 6월에 지역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지역 청소년 풍물단’을 조직하게 되었고 30여명이 단원으로 참여하면서 매주 한 번씩 저녁시간에 모여서 풍물놀이를 익힐 수 있었다. 지역의 10여 개가 넘는 학교 학생들이 참여했고 그중에는 이전 학교의 풍물단원들도 몇 명 참여해서 많은 힘이 되었다.

 

지역풍물단은 이전의 교내풍물단처럼 매일 연습을 할 수가 없어서 실력이 빨리 늘 수는 없었다. 하지만 풍물놀이를 정말 좋아하는 초등학생, 중학생들이 참여하다 보니 그 열정이 큰 동력이 되었다. 방학 중에는 며칠 동안의 풍물캠프를 통해 평소에 부족했던 기량을 집중적으로 향상시켜 나갔다.

 

● 새로운 단원들과 다시 찾게 된 대만

 

이렇게 1년 넘게 연습을 하다가 2018년 8월에 드디어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생들 위주로 대만공연에 참여했다. 6년 전에 참여했던 ‘일란(Yi-lan)’ 지역에서의 ‘국제어린이민속축제’(2018 YI-LAN International childern festival,Taiwan)였다.

 

▲ 친수공원 무대 위에서 판굿 공연을 하는 모습(이렇게 1년 넘게 연습을 하다가 2018년 8월에 드디어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생들 위주로 대만공연에 참여했다.)

 

대만 공연을 위해 해외공연에 관심이 있는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무용단도 만들어서 부채춤을 준비했다. 두 팀이 참여하다 보니 분장이나 준비 등으로 더 많은 스텝이 필요해서 어머니 스텝 네 분과 필자, 단원들을 포함해서 총 30명이 참여했다.

 

대만 공연이 다른 해외공연에 비해 부담이 덜 한 것은 우리나라와의 시차가 1시간밖에 나지 않고 비행시간도 2시간 40분 정도여서 KTX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정도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대만이 아열대 기후이지만 그 해 여름은 우리나라가 유난히도 무더웠기 때문에 오히려 행사지가 서울보다 더 쾌적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대만에 지내면서 먹는 음식 또한 단원들의 입맛에 잘 맞았던 것도 지내기에 좋았던 이유였다. 중국과 일본의 다양한 문화들이 섞이면서 음식도 중국특유의 향이 나지 않고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아서 단원들이 음식으로 힘들어 하는 경우는 없었다.

 

8월 5일 오후 인천공항을 출발해서 타이페이 공항에 도착해서 마중 나온 봉사자들과 함께 조직위원회에서 준비해준 전세버스를 타고 행사지로 이동했다. 숙소는 예전에 사용하던 일란국립대학교 기숙사였는데 실내를 리모델링해서 예전보다 훨씬 쾌적한 환경이었다. 기숙사에는 각각의 책상위에 침대가 있었고 3~4명씩 방배정을 했다

 

● 워터파크 야외특설무대 ‘흥겨운 무대’

 

행사는 다음 날부터 시작되었는데 행사 장소는 예전처럼 친수공원(親水公園)에서 진행되었다. 우리나라의 워터파크와 비슷한 곳이었고 야외에 여러 가지 물놀이 시설들이 갖추어진 곳의 한 쪽 공간에 야외특설무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 친수공원에서 많은 사람들이 물놀이를 하는 모습(우리나라의 워터파크와 비슷한 곳이었고 야외에 여러 가지 물놀이 시설들이 갖추어진 곳의 한 쪽 공간에 야외특설무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야외무대였지만 비가 와도 공연자나 관객이 비를 피할 수 있도록 지붕이 갖추어져 있었다. 첫날 오후에는 가볍게 리허설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실제로 무대 위에서 각자의 위치나 동선을 확인하며 연습을 할 수 있었다.

 

이어서 첫 공연을 하게 되었는데 낯선 환경인데다 무대적응이 덜되어서 충분한 연주력을 보여주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다른 해외공연에서처럼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면서 연주력은 점차 향상되었고 보다 여유롭고 흥겨운 연주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며 가며 한국팀 공연 전후의 순서로 있던 다른 나라의 공연을 보는 것도 좋은 기회였다. 주로 악사들의 음악에 맞춰 무용을 하는 나라들이 많았는데 러시아 팀의 공연은 역시 압도적인 기량을 갖추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 러시아팀의 공연 모습(주로 악사들의 음악에 맞춰 무용을 하는 나라들이 많았는데 러시아 팀의 공연은 역시 압도적인 기량을 갖추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 ‘도우미 친선대사들과’ 각별한 시간

 

그날 저녁 시간에는 ‘친선대사’들의 환영식이 있었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 15명 정도로 구성된 봉사단체였다. 그들은 우리가 처음에 타이페이공항에 도착할 때에도 마중을 나와서 모두에게 직접 만든 꽃목걸이를 걸어주고 연습한 전통악기연주도 보여주었다.

 

친선대사들은 그 이외에도 우리가 공연할 때마다 악기와 소품을 옮겨주기도 했고 각자 만든 응원피켓을 가지고 와서 관객석에서 응원을 하는 등 큰 힘이 되어 주었다. 그러면서 비슷한 또래들끼리는 말은 통하지 않아도 쉽게 친밀해지며 만날 때마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하곤 했다.

 

▲ 친선대사들과 공연 후 함께 한 모습(친선대사들은 그 이외에도 우리가 공연할 때마다 악기와 소품을 옮겨주기도 했고 각자 만든 응원피켓을 가지고 와서 관객석에서 응원을 하는 등 큰 힘이 되어 주었다.)

 

환영식을 하면서 자신들을 소개하였고 그들이 준비한 간단한 게임을 하며 서로 가까워질 수 있었다. 이어서 조직위원회 차원에서의 환영식이 있었다. 당시 참여하였던 여러 나라 팀들이 강당에 모여서 환영공연을 한 다음 다양한 게임들을 하며 유쾌한 시간들을 보냈다.

 

친선대사들은 한국어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고학년들이 서로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며 동생들에게 통역으로 도와주었다. 몇몇의 단원들은 귀국 후에도 서로 이메일을 주고받거나 SNS등으로 연락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 판굿의 개인놀이에는 ‘많은 환호가’

 

공연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사물놀이나 판굿의 경우는 의상의 변화를 주기 위해 세 가지를 공연복을 준비해서 번갈아 입고 참여했다. 관객들은 우리의 아름다운 부채춤과 상모를 돌리며 연주하는 판굿에 많은 박수를 보냈다.

 

특히 판굿의 개인놀이에는 많은 환호가 이어졌다. 다양한 장단을 연주했던 설장구도 인기가 있었고 초등학교때부터 9년째 풍물을 익혀 왔던 중학교 3학년 단원의 버나놀이, 자반뒤집기, 열두발 상모 등은 처음 보는 관객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 성인도 힘든 고난이도 버나놀이를 보여주는 중3 단원(초등 학교 때부터 9년째 풍물을 익혀 왔던 중학교 3학년 단원의 버나놀이, 자반뒤집기, 열두발 상모 등은 처음 보는 관객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 필자의 딸과 무동열두발 개인놀이를 하는 모습(초등학교 1학년이던 필자의 딸과 평소에 호흡을 맞춰 연습을 해서 무동을 타고 열두발 상모를 돌려 많은 박수를 받았다.)

 

보다 다채로운 연출을 위해 필자도 개인놀이로 ‘무동 열두발’을 참가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1학년이던 필자의 딸과 평소에 호흡을 맞춰 연습을 해서 무동을 타고 열두발 상모를 돌려 많은 박수를 받았다.

 

공연기간 중에 한 초등학교를 방문하여 공연을 하기도 했다. 초청한 학교에서는 우리를 위해 맛있는 다과를 준비해주었고 대만 학생들이 중국의 ‘경극’과 비슷한 공연도 보여주었다. 경극과 비슷한 부분들이 많았지만 분장이나 의상이 경극처럼 화려하지 않은 ‘대만식 경극’이었다.

 

이어서 우리가 준비한 사물놀이, 판굿, 부채춤을 보여주었다. 대만에도 전통타악과 무용이 있지만 우리의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학생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관람을 하였고 사진, 동영상 촬영도 열심히 했다.

 

● ‘유쾌한 시간’ 관광‧체험활동

 

공연이 없는 시간에는 휴식을 취하기도 했지만 조직위원회에서 인근지역에서 체험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서 다양한 경험들을 쌓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꽹과리, 징과 비슷한 악기를 만드는 악기공방에 가서 다양한 악기도 소리내 보고 액세서리용 꽹과리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며칠 후에는 대만의 전통 간장을 만드는 곳에 가서 제조과정을 본 후에 간장 선물을 받고 대만식 경극을 직접 배우기도 했다. 그 다음번에는 우리나라의 민속촌과 비슷한 곳에 가서 다양한 전통제품들을 살펴보고 간단한 액세서리도 구입할 수 있었다.

 

단원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물놀이였다. 친수공원에서 해외공연단의 경우 공연 전후에는 일반인들과는 달리 입장료를 내지 않고 처음 보는 다양한 물놀이 시설에서 신나게 물놀이를 할 수 있었다.

 

어떤 날에는 특별히 야외 수영장이 있는 곳에 가서 햇빛에 얼굴을 그을어 가며 신나게 물놀이를 하기도 했다. 또 한 번은 전통 야시장을 체험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다양한 체험활동과 물놀이 때에도 친선대사들이 함께 해서 도움을 받고 함께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 야외수영장에서 친선대사들과 함께 했던 즐거운 시간(어떤 날에는 특별히 야외 수영장이 있는 곳에 가서 햇빛에 얼굴을 그을러 가며 신나게 물놀이를 하기도 했다.)

 

● 한국 알리기 행사! ‘멕시코팀과 친선’

 

공연기간에는 나라별로 날짜를 정하여 저녁시간에 그 나라를 알리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우리도 ‘한국인의 밤’을 하게 되었고 어머님들은 김밥, 떡볶이 등 한국 음식을 만들었다. 음식을 만드는 동안 필자는 단원들과 함께 간단한 공연작품을 만들어서 외국 단원들에게 보여줄 준비를 했다.

 

우선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입장하는 외국팀들을 위해 한 명은 태극기를 들고 나머지는 삼색띠를 양쪽에서 들어서 대문놀이를 하며 통과하도록 했다. 시작 시간이 되자 필자가 환영인사를 하고 간단히 장구시범연주를 보여주었다.

 

▲ 삼색띠로 대문놀이를 하며 외국 단원들을 맞이하는 모습(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입장하는 외국팀들을 위해 한 명은 태극기를 들고 나머지는 삼색띠를 양쪽에서 들어서 대문놀이를 하며 통과하도록 했다.)

 

 

▲ '한국의 날'에 부채춤을 하는 모습(이어서 풍물 개인놀이와 부채춤을 보여주었고 다음에는 단원들이 한국 아이돌 노래에 맞춰 댄스를 보여 주었더니 많은 외국단원들도 환호성을 보냈다.)

 

이어서 풍물 개인놀이와 부채춤을 보여주었고 다음에는 단원들이 한국 아이돌 노래에 맞춰 댄스를 보여 주었더니 많은 외국단원들도 환호성을 보냈다. 그리고 저녁식사를 할 때에는 어머님들이 한국음식을 간단히 소개하며 음식을 제공했는데 맛있어서 두세 번 더 먹는 경우도 많았다.

 

행사 중에 조직위원회에 별도로 요청해서 저녁에 멕시코와의 워크숍을 갖는 날도 있었다. 각자 준비한 공연들을 보여주고 체험하는 시간을 이어 나갔다. 멕시코는 스카프를 흔들면서 하는 댄스와 야자열매를 서로 부딪히며 하는 무용을 선보였다. 

우리나라는 판굿과 한국무용을 선보였고 이어서 서로의 연주를 배우는 시간이 있었다. 부채춤의 몇 가지 동작을 알려준 다음 한국 팀 단원들이 멕시코팀 단원들 사이사이에 들어가서 부채춤 동작을 만들어 주었다.

 

이어서 상모 돌리는 것을 신기해했던 멕시코 단원들에게 상모를 씌어주고 돌리게 했다. 그런데 쉬워보였던 상모가 자기 마음대로 안돌아가니 온몸을 움직여 가며 상모를 돌리려고 해서 폭소를 자아냈는데 지금도 그 때 모습을 떠올리면 웃음이 나곤 한다.

 

공연을 모두 마치고 1박 2일 문화탐방을 위해 떠날 때 버스 유리 창문 너머로 친선대사들이 우리를 향해서 하트모양을 하며 송별을 해주었다.

 

▲ 멕시코와 야자열매를 부딪히며 하는 댄스를 배우는 모습(멕시코는 스카프를 흔들면서 하는 댄스와 야자열매를 서로 부딪히며 하는 무용을 선보였다.)

 

 

▲ 한국 팀을 송별해주는 친선대사들. 맨 앞 남자 어린이는 정들었던 친구와 헤어져야 하는 아쉬움 때문에 나오는 울음을 애써 참고 있다(공연을 모두 마치고 1박 2일 문화탐방을 위해 떠날 때 버스 유리 창문 너머로 친선대사들이 우리를 향해서 하트모양을 하며 송별을 해주었다.)

 

● 13번의 해외공연을 돌아보며

 

필자는 2005년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2018년 대만공연까지 총 13번의 국제음악축제에 참가해 왔다. 행사 국가, 규모, 내용 등의 차이는 있었지만 하나하나 모두 추억이 남는 행사들이었다.

 

코로나19만 아니었어도 작년이나 올해 또 한 번 해외공연을 추진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필자뿐 아니라 해외공연을 목표로 열심히 연습을 해왔던 단원들이 많이 아쉬워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정리되고 안정되면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무용팀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 매년 1회 정도로 참여할 계획이다.

 

기고를 하면서 몇몇 사례를 들며 해외공연의 감동을 기록해 왔다. 해외공연에 관한 기고를 마치면서 필자가 이런저런 제약과 어려움을 느끼면서도 해외공연을 계속 시도하는 이유가 과연 무엇인지 자문해본다.

 

해외공연을 통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보다 넓은 세상을 보여주며 글로벌 의식을 배양할 수 있었다. 또한 우리의 전통예술을 세계에 널리 알리며, ‘우리의 것’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 왔다.

 

이와 함께 필자가 이런 활동을 계속 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국제음악축제를 하는 동안 우리나라의 ‘국기’가 휘날리거나 게양된다는 것이다. 올림픽에서 3위 안에 들었을 때에 우리는 그런 모습을 보게 된다. 하지만 전통예술교류를 통해서도 태극기를 게양하며 우리나라를 알릴 수 있고 단원들과 필자가 노력해서 그러한 결실을 얻는다는 것이 너무도 소중하고 의미 있는 일인 것이다.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우리나라를 모르거나, 알아도 우리의 전통예술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멋진 전통예술을 소개하고 우리나라를 알릴 수 있었다. 그것이 필자에게는 자부심과 긍지가 되었고 하나의 사명감으로 발전하였기에 힘이 닿는 한 앞으로도 더욱 멋진 작품을 만들어 우리나라의 전통예술을 알리고자 한다.

 

 

◩ 프로필

*국제전통예술교류협회 초대회장

*서울교대 졸, 중앙대 대학원 박사

*중앙대학교 국악교육대학원 외래교수

*IOV(UNESCO NGO)이사

*2016 올해의 스승상 수상

*2016 한국국악교육자 대상 수상

*이메일 apron2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