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경순 작가

● ‘우화의 장인’ 인간 이솝

풍자소설 ‘인간 이솝’에서 우리는 고대 그리스를 여행하며 우화와 신화가 살아있는 사막을 걷는 낙타, 인간 이솝을 만나게 된다.

우리가 만나는 이솝은 숨 쉬는 인간이다. 이솝우화도 동화책 속에 갇힌 어린이용 우화가 아니라, 고단한 삶 속에 녹아든 생생한 현실로 살아있어서 현재를 사는 우리와 시공간을 초월해서 우리 영혼과 밀접하게 연결됨을 깨닫게 해준다. 신화도 박제된 신화가 아닌, 살아있는 신들의 감성과 목소리를 직접 듣는다.

이솝우화는 발화된 상황을 예상해보면, 대상이 노예거나 성인 남자를 위한 우화였다. 우화와 신화에는 미세한 차이점이 있다.

우화는 아픈 곳을 콕 집어서 민낯의 솔직한 충고로 인간의 속물근성을 조롱하고, 풍자와 비유로 가르치려 든다. 우화를 읽으면 쾌감과 동시에 양심의 가책에 의한 심리적인 거부감을 경험한다.

신화는 신들의 삶을 이웃집의 평범한 일상사처럼 극화(劇化)해서 인간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면서 동시에 인간이 견뎌야 할 숙명적인 고통을 감내할 힘을 주고 위로한다.

우화나 신화를 인간의 생물학적인 관점으로 분석하면 안 된다. 개인적인 종교나 가치관에 얽매어도 이해에 어려움이 생긴다. 우리의 여행 중에 우화와 신화를 만나면 놀라지 말고, 평가하려 들지 말고, 지나치는 산과 흐르는 물 보듯 있는 그대로를 사심 없이 무심하게 읽 어야 한다. 우화는 우화일 뿐이고, 신화는 신화일 뿐이다.

▲ 이솝이 활동한 시기와 장소는 단편적인 기록으로 추정컨대, 기원전 560년경에  '사모스'에서 노예로 살았고, 자유인이 된 이후 그리스 전역을 여행하며 활동했던 것으로 좁혀진다.

이솝이 활동한 시기와 장소는 단편적인 기록으로 추정컨대, 기원전 560년경에 ‘사모스’에서 노예로 살았고, 자유인이 된 이후 그리스 전역을 여행하며 활동했던 것으로 좁혀진다.

구루병 후유증으로 신체적 결함을 가진 노예 이솝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우화였다. 이솝우화는 짧고 단순한 구조의 쉬운 이야기로 잠재된 인간의 본성과 무의식의 실체를 하나하나 건드리고 자극한다.

우리가 잘 아는 동물의 사악한 속성을 보여주며 인간과 동일시하여 풍자하고 동시에 뼈아픈 교훈을 준다. 이솝우화는 동서양의 문화가 만나 융합으로 완성된 헬레니즘 문화의 토양 속에서 꽃핀 것이다, 그리스인의 합리적 사고(思考)가 고대 이집트의 우화 형식과 만나 인류의 의식세계를 한 단계 높게 끌어올렸다.

고대 민주주의의 정수인 그리스 폴리스의 철학과 수사학은 수준 높은 언어의 미학이었다. 그러나 이때의 논리를 생명으로 하는 수사학은 민주주의의 맹점의 하나인, 즉흥적인 설득으로 민중을 선동하는 도구로 악용되었다.

선동을 목적으로 한 말장난으로 인간의 상식과 진실을 교란시키는 궤변은 민주주의를 해치는 해파리 같은 존재였다. 궤변을 일삼는 언어의 마술사인 소피스트들은 이솝우화를 만나면 즉시 가면을 벗어야 했다.

다음 우화는 거짓을 말하라고 권하는 것이 아니다. 진실을 말하더라도 듣는 대상의 심리를 어떻게 파악해야 하는지,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 우화 ‘원숭이 왕과 두 여행객’

두 남자가 같이 여행을 하였습니다. 한 사람은 절대 진실을 말하지 않았고, 또 한 사람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여행 중에 도착한 곳은 원숭이들의 나라였습니다. 원숭이들의 왕이 그들의 도착 소식을 듣고 명령을 내려서 그들을 자기 앞에 데려오도록 했습니다. 원숭이 왕은 사람들에게 위엄있게 보이기 위해서 왕좌에 앉은 채로 그들을 맞이했습니다. 그의 신하 원숭이들은 그의 양편에 길게 줄을 섰습니다.

원숭이 왕이 여행객들에게 ‘자신을 왕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거짓말하는 여행객이 먼저 대답하였습니다. “폐하, 누가 보아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폐하가 매우 고귀하고 강력한 군주라는 것을.”

“내 신하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들은 모든 면에서 훌륭한 주인에 어울립니다.” 원숭이 왕은 이 대답에 만족해서 그 여행객에게 매우 멋진 선물을 주었습니다.

진실만을 말하는 다른 여행객이 생각하였습니다. ‘저 친구가 이렇게 멋지게 보상을 받은 것이 거짓말을 한 대가라면, 나는 진실을 말하는 대가로 틀림없이 더 멋진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원숭이 왕이 그를 향해서 물었습니다. “너의 의견은 어떠하냐?” “제가 생각하기론 당신은 매우 훌륭한 원숭이이고, 당신의 신하들도 역시 훌륭한 원숭이들입니다.” 원숭이 왕은 그의 대답에 매우 화가 나서 진실을 말한 그를 할퀴어 죽이도록 했습니다.

진실을 말한 사람은 왜 자신이 죽어야 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