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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진 칼럼> 포스트 코로나! ‘포노 사피엔스’
기사입력  2020/10/17 [16:35] 최종편집    이숙진 칼럼니스트

아웃사이더가 애국자가 되는 시대

 

▲  이숙진 칼럼니스트

침마다 잎새의 색깔이 달라진다. 아름드리 초록 나무 밑에 서서 산 냄새를 맡은 지가 까마득하다. 꼬박 동굴 생활이 열 달째다. 글쓰기엔 딱 좋은 환경이다.

 

사람을 만나지 않고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아웃사이더가 애국자가 되는 시대다. 이 생활이 그렇게 불편하지 않을 걸 보면, 나도 아웃사이더 기질이 다분하다. 하루에 동네 둘레 길을 걷는 것 외에는 거의 외출을 안 하고 사니까.

 

바이러스 확진자가 겨우 조금 잦아지는 것 같아 친구 여섯 명이 대동단결하여 밥 먹자는 약속이 이루어졌다. 아침 요가 시간이 끝나면 우르르 몰려가서 브런치를 먹던 친구들이다.

 

그동안 만나는 걸 강력하게 반대한 나에게 붙은 별명이 겁쟁이인데, 모두 애면글면 보고 싶다는 말에 마음 약해져서 통 큰 양보를 한 것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약속 하루 전날 확진자가 세 자릿수가 나오면서 방역 당국에서 2.5단계를 선언했다. 다음을 기약하며 우리는 각자 동굴로 다시 숨어들었다.

 

음식을 입에 넣지 않고지켜야 할 예절

 

우리나라가 선진국인 듯 아닌 듯 애매한 위치에서 선진 의료 시스템과 우수한 시민 의식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철저한 방역과 사회적 거리 두기를 잘 실천한 덕분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치중하다 보니, 머리를 땋아도 될 지경에 이르러서야 미장원에 갔다. 그동안 파마 안 한 돈 얼마나 저축되었냐는 애교 섞인 농담이 밉지 않다. 집에 있으니 인터넷 쇼핑을 자주 해서 몇 배로 지출이 늘었다고 했더니, 따르르 공감의 폭소가 난분분하다. 소상공인들의 어려움 대신 다른 온라인 매체는 덕을 보고 있으니 언제 어디서나 양면성은 있게 마련이다.

 

건전 가정의례 준칙이 만들어진 지 올해로 50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미흡한 부분이 많다. 전통적인 밥상머리 교육도 새롭게 지켜져야 할 예절이다. 코로나 19가 오기 전 어느 회식 자리에서 감기 걸린 후배가 마주 앉아서 기침해대니 입에서 음식이 튀어나와 세팅된 반찬 위에 여기저기 튀었다. 참다 참다 한계점에 도달해 나는 돌아앉아 다른 식탁에서 내 몫의 밥만 얼른 먹고 일어섰다.

 

옆자리 회원들 참을성이 더 놀랍다. 모른 척하고 묵묵히 식사하는 모습이 대가족제도에 길든 탓인지 경이롭기만 하다. 포스트 코로나(Post-COVID) 시대에는 마스크가 일상이 되었으니, 자동으로 예절이 지켜질 것 같다.

 

▲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 스마트 폰을 신체 일부처럼 다루는 신인류를 의미한다.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 한층 더 이를 가속화 시킬 것이다.        

 

포노 사피엔스보편적 시대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스마트 폰을 신체 일부처럼 다루는 신인류를 의미한다. 스마트 폰이 세상을 바꿔놓아 스마트 폰 없이는 살기 어려운 시대를 포노 사피엔스 시대라고 한다.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 전 인류의 사회 경제 정치 등이 획기적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바이러스 시대가 길어지면 원격근무와 재택근무로 인한 온라인 문화로 4차 산업혁명이 더 빠른 속도로 올 것이다. 인공 지능, 로봇, 사물 인터넷, 빅 데이터, 드론, 자율주행 차, 3D프린터 등이 4차 산업 혁명을 이끌어갈 기술로 거론되고 있다.

 

포노 사피엔스 세대는 백화점이나 은행이나 시장을 잘 나가지 않는다. 모든 업무를 스마트 폰으로 해결할 수 있으니 은행은 지점이 차츰 줄어든다. 폰뱅킹으로 송금하고, 원터치 알림이나 원큐페이 앱을 설치해 놓고 입출금을 확인한다.

 

나도 쇼핑을 스마트 폰으로 하므로 백화점이나 시장을 잘 나가지 않는다. 거의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택배로 받는다. 4차 산업혁명에 다리 하나 걸치고 따라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손녀가 오면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지 않고  노트북을 열고 그림을 그린다. 일 학년 과정에 벌써 코딩을 배워서 전문 디자이너 같다.

 

학교 수업이 원격수업의 일상화가 되면 세계 유명대학 강의를 집에서 들을 수 있어서 좋지만, 경쟁력 낮은 국내 일부 대학은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니 걱정할 부분이다.

 

젊은이들은 TV 시청을 줄이고, 스마트 폰으로 원하는 프로그램만 찾아본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TV 시청하던 시대는 지났다. 아들이 오면 골프 채널을 양보해줘도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스마트 폰으로 본다.

 

솔직히 나도 시청료 내지만 KBS 거의 안 본다. 유튜브를 더 많이 보고 스마트 폰으로 실시간 뉴스를 보게 되므로 TV 시청료를 왜 내는지 모르겠다. 엊그제 국감장에서 시청료를 올려야 한다는 안건이 나왔는데, 시대착오적인 발언이다.

 

요즘 TV는 노인들만 시청한다는데, 스마트 폰이 낳은 신인류 포노 사피엔스에 맞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게 우선이다. 모든 것은 포노들이 결정하게 되니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눈여겨볼 일이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우버를 불법으로 규제하고 있으나, 택시의 기득권을 무시해 온 미국 연방 대법원의 판결은 우버를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게 했다소비자의 선택이 자발적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우버에 의한 택시 산업의 파괴가 포노 사피엔스라는 새로운 인류의 자발적 선택이라면 과연 얼마나 막아낼 수 있을까.

 

몇 년 전 베트남 여행할 때 사원에 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택시를 탔을 때 생긴 일이 스친다. 기사가 중간에 미터기를 슬쩍 조작해서, 괘씸한 마음에 엄중하게 타이르고 내렸다. 놀라운 것은 우버를 부르니 5분 만에 탁! 우리 앞에 당도하는 것이다. 우버의 매출이 전년 대비 60%를 상회한다니 신인류의 여행 문화가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그 여행에서 와이파이 도시락(유료용 공유 단말 장치)을 사서 잘 쓴 적도 있다. 셋이서 이 도시락 하나에 기대어 찍은 사진을 그 자리에서 공유하니 편리하다. 전에는 찍은 사진을 와이파이가 되는 호텔에 들어와서야 보낼 수 있었다.

 

이 도시락으로 실시간 소통할 수 있으니 일행과 좀 떨어져도 걱정이 없다. 이런 문명을 유용하게 쓰는 한편 신기하기도 했다. 앞으로는 이 와이파이 도시락 사업이 유망할 것 같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파산의 위기, 실업의 위기, 취업의 위기가 올 것이란 비관적인 우려가 크지만,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온라인 문화가 또 다른 사업을 주도할 것이란 희망도 있다. 뉴노멀 시대는 비대면을 기본으로 하는 일상이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을 것이다.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 3저 시대를 이겨 낼 경제 전략이 필요하다.

 

세계 최고의 기업은 우선 서방국가를 보면 애플,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이다. 아시아 쪽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겁나게 달리지만, 삼성이 앞서가기를 기대한다.

 

자본이 선택한 문명의 표준은 '포노 사피엔스' . 포스트 코로나와 포노 사피엔스 시대에는 문명의 교체기라 피할 수 없는 산통이 따르겠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 도전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소봉(卲峰) 이숙진 프로필

- 국제펜 한국본부회원, 한국문인협회회원

- 실버넷뉴스 기자 역임

- <수필집> 가난한 날의 초상, 해바라기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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