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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작가의 이색적 감성동화 “나무가 되고 싶었던 소녀” (13회)
기사입력  2020/08/30 [19:13] 최종편집    김동석 동화작가

 

빛과 존재의 의미(13)

 

 

 

 

저곳은 신기해요. 가을과 겨울, 그리고 겨울과 봄이 함께 공존하고 있어요.”
어린 나무는 계곡을 내려다보더니 엄마 나무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걸 보다니 기특하구나!”

 

낙엽이 아직 머무른 걸 보면 떠나가기 무척 아쉬운가 봐요. 벌써 봄이 오는데 …….”

낙엽도 오래 머물고 싶겠지.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곳인데.”

맞아요.”

 

떠나고 지나간 것들은 돌아보면 아쉽고 보고 싶어진단다.”

앙상한 나무들도 바람에 날아간 낙엽들이 보고 싶을 거예요.”

그렇지.”

어린 나무의 깊은 생각에 엄마 나무는 행복했다. 생각도 깊고 세상을 보는 눈이 참으로 아름답고 멋졌다.

 

계곡에 얼음도 녹아내리기 싫을 거예요.”

당연하지.”

햇살에 녹아버리기 전에 얼음 한 조각 먹고 싶어요.”

가지를 길게 뻗어서 얼음을 잡아봐.”

 

.”

어린 나무는 가지를 길게 뻗었다. 그리고 얼음 한 조각을 움켜쥐었다.

시원하고 맛있어요. 엄마도 먹어봐요.”

알겠다.”

 

엄마 나무도 뒤틀린 가지를 길게 뻗더니 얼음 한 조각을 움켜쥐었다.

맛있구나.”

숲속에는 두 계절이 존재한다. 어떤 곳에는 사계절이 존재한다. 이처럼 숲속에는 신비함을 간직하고 말없이 순간순간을 보낸다.

 

많은 나무와 나무 사이, 뒤틀리고 엉킨 나뭇가지, 가늘고 넓은 잎, 다양한 색깔을 품은 꽃들이 자리한 숲속은 아름답다고 하기 보다는 경이로울 뿐이다. 그래서 숲을 찾는 사람들의 이성을 꿈틀거리게 하고 영혼을 행복하게 해준다.

 

엄마, 서로 다름이 존재하고 공존하는 게 아름다운 것 같아요.”

그렇지. 숲속에 다양한 나무가 존재하고 함께 공존하기 때문에 숲이 아름다운 거란다. 또 빛과 물이 있으니 생성과 소멸이 동시에 일어나는 거란다.”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양보, 배려, 희생 등이 없으면 숲은 존재할 수도 공존할 수도 없는 거란다.”

 

엄마. 세상에 태어난 게 행복한 것 같아요.”

그렇지. 세상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이미 행복하단다.”

.”

어린 나무는 형제 열매들이 많이 죽고 사라진 것을 알고 세상에 뿌리를 내리고 커가는 것이 너무 행복했다.

 

엄마. 동생들도 어딘가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 있겠죠?”

그럴 거야.”

엄마처럼 큰 나무가 되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해요?”

우선 뿌리를 잘 내리고 빛이 머무는 곳으로 가지를 잘 뻗어가야 한다.”

 

살아가는 데 빛이 소중하군요?”

그렇지. 빛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단다.”

알겠어요. 빛이 머무는 곳으로 가지를 길게 뻗으면서 튼튼하게 자랄게요.”

튼튼하고 멋지게 잘 자라 거라.”

 

.”

어린 나무는 빛이 머무는 곳으로 아침마다 엉클어지고 뒤틀린 가지를 길게 뻗으려고 노력했다.

어느 순간 빛이 꽃이 되었다.”

 

나무가 되고 싶었던 소녀의 가슴 모퉁이에 오래도록 자리하는 말이다. 빛이 꽃으로 보이는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아침이면 창문을 열고 우연히 보던 느티나무에서 빛의 꽃을 보았다.

 

그때는 그 꽃이 무엇인지도 모를 나이라서 꽃처럼 보였을 뿐이다. 나무가 되고 싶은 꿈을 포기하고 화가가 되겠다는 것도 우연은 아닌 듯하다. 나무가 되고 싶었던 소녀에게 뒤틀린 나뭇가지 사이를 통과한 빛은 보는 순간 내게 아름다운 꽃을 선물해 주었다.

 

하나를 더하면

새로운 세상이 탄생했다.

무엇을 더한다 해도

자연은 탓하지 않는다.

 

 

 

세상은 빛이 만들어 내는 무대이다. 빛이 없으면 우리가 무엇을 볼 수 있는가? 아무것도 없다. 그만큼 빛은 세상에 존재하는 것 중에서도 가장 가치 있는 것이다.

 

같은 것을 보고도 서로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우리들의 세상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내게 더 소중한 가치들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도 자연의 이치에 맞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빛을 통해서 내가 보는 세상은 참 아름답다. 빛의 파동을 직선적이고 뒤틀린 모습으로 작은 퍼즐덩어리를 만들어 낸다. 우리는 그 속에서 다양한 형상을 보고 또 그 순간을 맞이하고 살아간다. 빛이 만들어낸 순간을 캔버스에 그릴 수 있어서 참 행복하다. 세상에 단 하나 존재한다는 작품이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연의 이치에서 바라본 순간이 존재한다는 것으로 작품을 하면서 큰 위안을 삼는다.

 

빛이 주는 가치에 비하면 아주 작은 일이다. 전체를 보여주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고 부분만 보여주는 것이 부끄럽고 안타까울 뿐이다.

 

빛이 있어 내가 존재한다. 내 삶의 순간이 빛이 만들어 내는 생명체를 찾아내는 것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생명을 잉태하고 생성과 소멸을 결정하는 빛의 영역을 경이롭게 바라볼 뿐이다.

  

눈이 녹기 전에는

프로스트의 <가지 않는 길>인 줄 알았다.

!

부러진 가지만 늘어나는 모두의 길.

 

, , 면이 어우러진 숲을 생각해보자. 씨앗 하나가 나무로 자라서 큰 숲을 이룬다. 시작은 점에 불과하지만 점이 성장하면서 선과 곡선을 만들어 낸다. 선들은 또 다른 퍼즐 조각을 만들어 낸다. 빛의 파동과 자연의 이치에 따라서 열심히 성장한다.

 

그런 선들은 다시 면과 형태를 이루는 잎을 만들어 내어 커다란 숲을 이루게 된다. 작가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다른 것이 있다면 오로지 자연의 도움을 받아서 성장하고 열매를 맺고 텅 빈 과정의 연속이라는 점이다.

 

다른 것 같지만 같은 반복의 연속이다. 자신이 추구하는 작품의 유형과 형태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 숲을 그리는 사람은 평생 숲을 그리고 돌을 조각하는 사람은 평생 돌을 조각하며 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작게 변화를 추구하기도 하고 정체되기도 한다.

 

자연이 사람과 다른 점은 정체성이 없다는 점이다. 정체성이 없이 생성과 소멸을 하고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은 지극히 경이로운 일이다. 이런 모든 것들이 시간과 빛에 의해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빛이 좋다. 어둠의 빛도 좋다.”

나무가 되고 싶었던 소녀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바로 빛이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까지 내가 사랑할 수 있다면 순간을 캔버스에 담아온 이 여정이 또한 행복하지 않을까 싶다.

 

순간의 빛을 보고 순간을 그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소중한 가치를 가진 순간의 모습을 정체시키고자 하는 작업을 하면서 작은 두려움을 느끼기까지 한다.

숲으로 가볼까!”

 

바실리 칸딘스키의 작품집을 가방에 넣었다. 숲에서 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스케치북과 캔버스를 챙겼다. 오늘도 숲속 어딘가에서 만날 찰나의 기적을 보고 그리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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