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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작가의 이색적 감성동화 “나무가 되고 싶었던 소녀” (12회)
기사입력  2020/08/23 [22:54] 최종편집    김동석 동화작가

모든 것은 이미 거기에 충만해 있다.”(12)

 

 

 

숲에 와서 충만함을 느끼고 간다는 말이 무슨 의미를 가진 걸까요?”

어린 참나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고 큰 참나무에게 물었다.

아마도 생각하는 이성과 영혼에 충만함을 느낀다는 것일 거야.”

 

나무는 이성이나 영혼을 가지고 있나요?”

나무는 이성이나 영혼이 없어.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데로 움직이는 것이고 천둥이나 번개가 치면 피할 수 없어. 사람들은 미리 피하고 위험에 대처하는 능력이 있지만 말이다.”

나무는 생각 없이 사는 것인가요?”

 

그건 아니지. 나무도 빛이나 물을 찾아서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는 것을 보면.”

사람들의 이성과 영혼에 비교할 수 없는 가요?”

그렇다고 봐야지.”

 

어린 참나무는 사람들이 가진 이성과 영혼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식물에도 영혼이 있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나는 이성과 영혼을 가진 나무가 될 거예요.”

쉽지 않을 텐데.”

 

노력하면 되잖아요.”

이성과 영혼이란 생각하는 사고가 깊어야 해.”

생각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요?”

우선 사람들이 가까이 오면 인사부터 해봐.”

안녕하세요. 이렇게요?”

 

그래.”

어린 참나무는 사람들처럼 이성과 영혼에 무엇인가 가득 채워진 충만한 나무가 되고 싶었다.

내가 이성과 영혼을 가진 나무가 된다면 사람들이 숲을 훼손하는 것을 막을 수도 있을 거예요.”

그렇게 된다면 정말 좋지. 나무들은 천년만년 살 수 있을 거야.”

 

좋아요. 이성과 영혼을 가진 나무가 되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할게요.”

어린 참나무는 산에 오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궁금한 것에 대해서 물었다.

이성이란 무엇인가요?”

 

이성이란 지속성을 가지고 꾸준히 생각하고 운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경험과 보고 느낀 것을 다시 창조하고 변화를 주는 것이라고 보면 될 거야.”

그럼 움직이지 않는 나무는 이성을 가질 수 없나요?”

아니지. 움직이지 않는 나무도 이성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지.”

 

정말요?”

그럼. 빛을 찾아서 가지를 뻗는 것이나 물이 흐르는 곳으로 뿌리를 내리는 것이 이성을 가진 사람들과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해.”

나무가 가진 이성과 사람이 가진 이성이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눈에 보이는 것과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같은 차이가 있는 것이라 생각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요?”

나무가 주는 산소 같은 것은 눈에 보이지 않잖아.”

사람들이 숲에 오는 이유도 맑은 산소를 가득 채우기 위해서 오는 것이라고 봐야겠지.”

 

숲에 와서 산소만 가득 채우면 돌아가는 군요?”

그렇지. 숲에 와서 이성과 영혼에 맑은 산소가 충만함을 느끼면 돌아가지.”

어린 참나무는 산소를 공급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랐다. 사람들이 숲에 놀러오는 줄만 알았다.

 

충만의 한계는 어디일까?”

어린 나무는 무엇인가에 충만함을 느껴본 적이 없다. 자연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주었기 때문이다.

빛이 가득할 때 충만함을 느낄까?”

 

어린 참나무는 사람들이 느끼는 충만함을 느껴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성과 영혼을 채워보고도 싶었다.

항상 넘치게 주는 자연은 이미 어린 참나무의 이성과 영혼에 충만함을 느끼게 해줬다. 아직 어린 나무라서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비우고 멈춘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충만함만 기억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충만함의 욕망은 한계를 정할 수 없다. 하지만 빛으로 이야기 한다면 그 한계는 설명이 필요 없다. 공간이 있으면 빛은 그곳에 가득 채워줬다.

 

충만함은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다. 더하지도 않고 빼지도 않은 채로 보여줄 때 비로소 충만의 한계에 도달한다. 공간에 자리한 모든 것들을 빛은 성실히 보여준다. 그곳에 있는 것을 보지 못한 누군가의 이야기에 충만은 한계를 벗어나게 된다.

 

한계를 벗어난 충만은 교활하기 짝이 없다. 가진 것이 없다고 흉보고 흠잡게 되고 내가 가진 것이 최고라는 망각에 빠지게 만들기도 한다. 나만의 공간에서는 충분히 나만의 충만에 빠질 수 있지만 함께 하는 공간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신록이 우거진 나무와 앙상한 나무를 보고 어느 나무가 더 충만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누군가는 신록이 우거진 나무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앙상한 나무는 하늘과 바람과 별을 가진 충만한 존재로 생각한다면 대답은 결코 쉽지 않다. 이처럼 세상을 보는 눈은 두 개이지만 각각의 눈이 인지하는 세상은 다르게 보일 수 있다. 빛이 연출하는 모든 것을 보기에는 두 눈은 너무 작다.

 

스스로 한계를 정하지 말자. 어디까지 내가 할 수 있다는 절대적인 단정을 짓지 말자. 미세한 공간을 찾아서 빛을 들여보내듯 모두가 노력하면 충만한 순간에 도달하게 된다.

과일이 탐스럽게 익고 꽃이 만개하면 충만한 것이다. 야생동물은 배가 부르고 낮잠을 청하면 충만한 것이고 개미는 열심히 움직일 때 충만함이 가득한 상태로 보였다.

 

빛이 있는 곳에는 충만함이 존재한다.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충만함은 생명을 잉태하고 존재의 가치를 새롭게 부각시켜 준다. 보이지 않는 우리에 갇혀 있는 숲이지만 그곳에 존재하는 것이 무엇이든 빛은 충만함으로 만들어 준다. 그늘이 필요한 곳에 모두가 쉴 그늘을 만들어 주고 추위에 떨고 있는 누군가를 보면 따뜻함으로 가득 채워줬다.

 

충만함은 영원히 존재하지도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그것 또한 비우게 되고 다시 충만함의 경계를 만들어 갔다. 충만함의 경계 너머에는 배려와 양보가 존재하고 공존이 존재하고 있었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을 동경한다는 것은 충만함의 경계를 넘고 싶은 욕망이 있다는 것이다. 비록 욕망이라 할지라도 아름다운 욕망인 것이다. 새로움을 본다는 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새로운 곳을 향한 도전을 시작한다. 그 도전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경계를 넘은 도전의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새로움을 본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도전하는 과정이 또한 얼마나 멋진 일인가? 작가는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고 도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두려움에 익숙해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변화를 추구하며 살아야 해. 환경이 오염되고 생태계가 파괴되는 상황에서 나무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하지 않으면 안 되겠어.”

 

어린 참나무는 변화를 꿈꾸기 시작했다. 사람들과 같이 이성과 영혼을 가진 나무가 되고 싶었다. 비록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숲속에 오는 사람들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가면서 변화를 추구하는 나무가 되기로 했다.

 

아직 가보지 못한 세상의

경계 너머에는

더 큰 행복이 있다고 믿는다.

자연은 그래서 경계를 만들어 간다.

하늘과 산 그리고 산과 들판의 경계

자연과 인간 사이에도 경계는 존재한다.

 

변화의 시작은 곧 새로움을 보는 순간부터 일 수 있다. 보지 않고 변화를 추구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무엇인가 봤을 때 가슴속에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기 시작하는 법이다.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도 충만이 가득했다. 어둠의 빛이 이미 그곳의 공간을 가득 채웠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다고 텅 비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작은 촛불이 큰 방에 밝은 빛으로 가득 채우듯 어둠이 가득한 방에도 어둠의 빛이 가득 채워진 상태이다.

 

신록이 우거진 나무가 앙상한 가지만 남는 순간을 생각했을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이 충만함 뒤에는 비움이 찾아왔다. 이것이 자연의 이치다. 태어나면 언젠가는 죽는다는 자연의 이치야말로 충만함의 경계이다.

 

스스로 빛나는 것도 충만함을 표현하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 빛나기 위해서 벚꽃은 하얗게 피어나고 반딧불은 어둠을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 빛을 품으며 날고자 했다.

작가가 캔버스에 색을 칠할 때도 잘 관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순간의 모습에서 스스로 빛을 발하는 무엇인가가 존재하는 지 찾아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순간 스치고 지나가는 자연의 모습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은 많다. 그것이 무엇인지를 찾아가고 찾아내는 것이 작가의 할 일이다. 보이는 곳이나 보이지 않는 곳에 존재하는 충만함의 경계를 찾아낼 때 작가의 역할은 충만함의 경계에 도달할 수 있다.

 

나무가 되고 싶었던 소녀는 눈에 보이는 사실을 그리려고 했다. 그리고 그 사실 중에서 부분을 찾는 일에 열정을 쏟았다. 전체를 보거나 찾으려고 애쓰지 않았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사실 속에는 소녀가 찾는 것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것을 열심히 캔버스에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사실주의는 때로는 누군가에게 반감을 살 수도 있다. 하지만 예술은 인간성에 민감할 필요는 없다. 살아있는 현실을 찾는 것도 예술적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점이다.

나무가 되고 싶었던 소녀가 찾는 외광은 인간 기피나 현실도피가 아닌 보이는 것 자체를 통해 아름다움을 전달하고자 했다.

 

눈 온 뒤 숲에 가면 나뭇가지에 눈이 소복이 쌓여있었다. 그것은 자연이 주는 또 다른 빛이었다. 신록과 어울리는 하얀 눈은 보는 이들에게 아이러니를 선물했다.

무겁지만 지탱하고 있다.”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곧 부러질 것 같은 가지지만 녹아내릴 때까지 자리를 곱게 내줬다.

 

얼마나 무거울까? 곧 가지가 부러질 것 같아!”

하지만 가지는 보란 듯 지탱하고 있었다. 가끔 바람이 시기와 질투를 하면 한 순간에 내려놓기도 했다. 결코 가지는 바람을 이기려고 하지 않았다.

자연에 순응하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가?”

 

무엇이든 때가 있다. 필요한 만큼 시간이 지나야 꽃도 피고 진다. 숲에서 배우는 가장 기본이 바로 시간의 역사성이다. 봄이 가야 여름이 오듯 시간이 지나야 생성과 소멸이 이뤄진다.

꽃이란 때가 되어야 피는구나!”

 

자연은 우리에게 이미 많은 것을 주었다. 그럼에도 인간이 가진 욕망은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게 인간의 욕망이란 것을 우리는 모두 알아야 한다.

 

나무가 되고 싶었던 소녀가 숲을 찾은 이유는 그곳에 이미 많은 것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것, 훔치고 싶어도 훔칠 수 없는 것, 채우고 싶어도 채울 수 없는 것 등이 숲에는 많다.

 

소녀는 그것을 보러갈 뿐이지 훔치거나 가지려고 하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우리에 갇혀 있으니 도망가거나 사라질 이유도 없었다. 다만 그런 아름다움을 보고 와서 캔버스에 담을 뿐이었다. 그 순간 본 것을 오래 보관하고 싶을 뿐이었다.

나중에 보면 싫을 수도 있어.”

 

물론 그렇다. 소녀가 순간 보고 그린 그림이 누군가에게는 아름답지 않을 수 있다. 또 그림 속에서 소녀가 본 찰나의 순간에 대해서 무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다만 그 순간을 소녀와 함께 공유하는 여유를 가진다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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