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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작가의 이색적 감성동화 “나무가 되고 싶었던 소녀” (10회)
기사입력  2020/08/05 [22:04] 최종편집    김동석 동화작가

'거기에 어느 새 나무가 세 그루'(10)

 

 

 

 

나무가 되고 싶었던 소녀는 들판에서 숲 이야기를 또 하나 들었다. 숲을 떠난 나무 이야기였다.

아빠. 왜 우리는 여기서 커가는 거예요?”

농부가 좋아서.”

농부가 좋다고요?”

 

어린나무는 아빠나무가 하는 말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열심히 일하는 농부가 참 좋아.”

아빠나무는 웃으면서 말했다.

농부가 엄마 아빠에게 무엇을 주었어요?”

 

아니.”

그런데 숲을 떠나서 이렇게 살아요?”

어린나무는 친구들이 없는 들판이 싫었다.

숲에서 사는 것도 좋지만 우리는 열심히 일하는 농부에게 그늘을 제공하기 위해서란다.”

 

아빠나무는 숲을 떠나서 사는 게 두렵지 않았다.

농부가 좋아해요?”

당연하지. 농부들은 열심히 일하고 쉴 때 나무 그늘에 와서 도시락도 먹으면서 낮잠도 잔단다.”

그렇군요!”

 

농부처럼 자연은 저마다 할 일이 있다. 숲은 산소를 제공하고 생명을 지켜주는 일을 하지만 들판에 우뚝 서있는 나무는 농부에게 그늘을 제공한다.

너도 어른이 되면 이곳이 좋을 거야.”

아빠나무는 웃으면서 말했다.

 

저도 농부들을 좋아하도록 노력할게요. 그리고 들판에서 태어난 것도 받아들이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게요.”

어린나무는 아빠나무를 보고 말했다.

나무가 되고 싶었던 소녀는 숲을 떠난 나무들의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았다.

 

어디에서 태어난 게 중요하지 않아.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하고 살아가는 게 중요하지.”

소녀는 오래오래 세 그루의 나무를 지켜봤다.

 

 

                                                   거기에 어느새 나무가 세 그루

<작가의 도록에서>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

이런 말이 있다. 모두가 한 번쯤 생각해볼 말이다.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이라는 소설에서 주인공 리빙스턴은 높이 날고 멀리 가보려고 노력한다. 많은 갈매기들은 리빙스턴을 이해하지 못한다. 힘들게 사는 리빙스턴이 바보 같은 것이다.

 

높이 나는 새는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또 다른 꿈을 꿀 수 있다. 비록 꿈을 이루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 과정은 아름다운 것이다.

숲속에도 하늘을 향해 높이 더 높이 커가는 나무들이 있다. 세상의 모든 빛을 다 받아들여서 하늘 끝까지 올라갈 것 같다.

 

모든 나무들의 꿈이 그럴지도 모른다. 높이 올라갈수록 생명의 위험은 커진다. 천둥과 번개가 가만두지 않고 넝쿨 식물들이 칭칭 감아서 목숨을 빼앗아 간다.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는 세상이 바로 자연이다.

 

우거진 숲과 거리를 두고 서 있는 세 그루의 나무를 보라. 숲으로부터 혹시 따돌림을 받은 나무들이거나 한 가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만 잘 살겠다고 하는 나무들은 아닐까? 또는 오죽했으면 숲을 떠나 들판에서 생명을 이어가고 있을까? 우리는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누가 심은 것도 아닌데 들판 어딘가에 우뚝 선 나무들을 볼 수 있다. 그 나무들로 인해서 주변이 더 아름답게 보인다. 신기한 일이다.

 

숲속의 나무들은 숲을 떠난 나무들을 흉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가치의 문제이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자신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들판의 나무들도 농부들이나 길을 떠나는 나그네에게 쉼터를 제공함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때로는 사람들의 욕망에 의해서 숲이 망가지기도 한다. 나무들이 자유롭게 자라야할 곳을 떠나 도시의 한 복판이나 집 마당으로 들어가 천년의 삶을 이어가지 못하고 죽기도 한다말없는 나무를 사람들은 너무 쉽게 생각하고 다룬다. 자연의 이치대로 자라게 놔두면 천년이고 만년이고 자라면서 더 많은 혜택을 주며 살아갈 나무들이다.

 

숲만 보지 말고 나무 한 그루 한 그루 보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멀리 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내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 생각하지 말고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나무들이 아니었으면 땀을 뻘뻘 흘리며 밥을 먹었을 텐데.”

 

농부는 밥 먹기 전에 밥 한술을 떠서 나무들에게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늘을 제공해 주는 나무들의 고마움을 잊지 않는다. 농부는 자신의 밭에 그늘이 져도 나무를 자르지 않고 함께 살아간다. 그리고 나무를 통해 인생의 가치를 배우기도 한다. 이처럼 어딘가에 우뚝 서 있는 나무들은 우리들에게 친구가 되어주고 스승이 되기도 한다.

 

하늘과 숲과 들판의 조화로움에 나무 세 그루가 더해지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멈추게 한다. 나무가 되고 싶었던 소녀는 화폭에 이것을 그리지 않고는 돌아갈 수가 없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자연의 아름다움 앞에 경건한 마음을 담아 붓을 움직였다.

 

 

 

 

숲이 불러도

나무 세 그루는 대답이 없었다.

다만,

다름을 인정해주길 바랬다.

 

보이는 사실대로 작은 캔버스에 자연을 담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소녀는 최선을 다했다. 뜨거운 빛이 내리쬐는 들판이지만 옷소매로 땀을 닦아가며 채색하기에 여념이 없다.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것이다.

 

순간 사라져버릴 이 모습을 담는 소녀의 마음 한 구석에는 작은 욕망이 꿈틀거리고 있지만 그것은 충분이 많은 사람들이 용서를 해줄 수 있다.

나만 볼 수 없다.”

 

두고두고 봐야할 그 순간의 아름다움을 캔버스에 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군가 본 것들인데 나만 아름답다고 말하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자연의 모습은 진실하다. 어느 것 하나 거짓이 없고 하늘과 땅과 자연이 함께 어울려 만들어 놓은 최고의 걸작이다.

 

나는 봤다. 그리고 그릴 뿐이다. 작가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작품에 대한 평가는 작품을 보는 이의 몫이다.” 나무가 되고 싶었던 소녀의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들리는 울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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