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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동화작가의 또 다른 화제작 ‘헨리와 머스텡’(4회)
기사입력  2020/01/29 [23:54] 최종편집    김동석 동화작가

 

빛과 그림자(4)

 

▲ 이정원 

 

헨리는 갈매기를 들고 머스텡에게 갔다.

머스텡. 갈매기 가져왔어.”

고마워.”

 

머스텡은 헨리가 잡아다 준 갈매기 덕분에 조금씩 기운을 차려가면서 피아노 연주에 몰입했다.

헨리.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5>이다. 춤 춰봐.”

그럴까!”

 

머스텡은 허공에 손을 올리고 조금 느리게 연주를 했다. 헨리는 여덟 개 다리를 이용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바다에서 추는 것보다는 못하지만 역시 아름다웠다. 헨리는 춤을 멈추더니

 

역시 방에서는 안 되겠어. 바다에 가서 출거야.”

알았어.”

 

밤이 깊어지자 헨리는 머스텡과 헤어지고 바다로 돌아갔다.

 

오늘 밤에 헨리는 밤바다에 떠있는 십자가를 붙잡아야 했다. 대왕문어가 된 뒤로 사냥하는 데 실패한 적이 없는 헨리는 바다 위에 둥실 떠있는 십자가를 잡지 못했다.

나를 약 올리다니!”

헨리는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밤바다에 떠다니는 십자가를 붙잡으려고 노력했다.

 

도대체 어디로 사라지는 거야?”

물 위에 떠 있는 십자가는 헨리가 잡으려하면 사라졌다 다시 나타났다. 잡지 못해 화가 난 헨리는 십자가를 잡아서 야금야금 씹어 먹을 생각이었다.

 

십자가가 나타났다!”

보름달이 둥실 떠오르자 아름다운 몽셀미셀 밤바다에 십자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헨리는 절벽을 타고 가장 위에 자리한 십자가를 향했다.

 

오늘은 꼭 널 잡아먹고 말테다. 어떻게든 잡아먹어서 다시는 바다에 나타나지 않게 할 거야.”

헨리는 모든 문어들을 불렀다.

 

너희들은 파도가 일지 않도록 춤을 춰봐.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 알지?”

 

헨리는 바다에 사는 친구들에게 춤을 추게 하고 십자가 사냥을 할 생각이었다.

알았어.”

그 리듬에 맞춰. 오늘은 헨리를 위해.”

 

알았어.”

하나, , .”

따다따다다…….’

 

나이가 제일 많은 문어가 지휘를 했다. 파도가 높지 않았다. 하지만 문어들은 부드럽고 달콤한 춤을 추면서 밤바다를 아름답게 만들었다.

 

아름다워! 천사들도 저렇게 아름답지 않을 거야. 보름달이 뜬 밤바다는 정말 환상적이야.”

 

헨리는 친구들의 춤추는 모습을 보면서 말했다. 달빛이 춤추는 문어들을 더 빛나게 해줬다. 무대 조명이 따로 필요 없었다.

 

멋져!”

서서히 십자가를 향해 헨리의 거대한 다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리들이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바다 위를 걸어갔다. 그 모습의 헨리는 거대한 배가 한 척 지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터엉벙! 터엉벙! 터엉벙!’

옮길 때마다 다리 하나가 워낙 크다 보니 물방울이 멀리까지 튀었다.

 

더 천천히 가야겠다. 물방울 소리에 십자가가 도망가잖아.”

물결 위에 십자가 모양이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가까이 가기도 전에 십자가가 도망갈까 헨리는 걱정되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십자가에 다가온 헨리의 다섯 번째 다리가 십자가를 서서히 꼬기 시작했다.

오늘은 꼭 널 잡아먹겠다.”

 

헨리의 두 번째 다리가 십자가의 중앙부분을 꼬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 번째 다리가 윗부분을 감았다.

스르륵! 스르륵!’

 

잔잔한 바다에 작은 파도가 이는 것 같았다.

목을 조여 볼까!”

 

여덟 개의 다리로 십자가를 휘어 감았지만 십자가는 말도 없고 몸부림치지 않았다.

벌써 죽었나?”

 

헨리는 십자가가 벌써 죽은 줄 알고 다리를 살짝 벌려 들여다봤다.

없잖아! 분명 잡았는데 어디 갔지?”

 

헨리는 또 실망했다.

어디로 사라진 거야. 정말 미치겠다.”

텀벙! 텀벙!’

 

헨리는 다시 물 위의 둥둥 떠 있는 성벽을 타고 내려갔다. 다시 십자가가 나타나야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오늘도 놓쳤다.”

 

성벽 아래로 내려와서 허리를 펴고 높이 고개를 들자 바닷물 위에 십자가가 다시 보였다.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꼭 잡아야지.”

 

헨리는 성벽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터엉벙! 터엉벙! 터엉벙!’

 

십자가가 도망갈까 걱정하면서 아주 천천히 다리를 옮겼다.

멀리서 많은 문어들이 음악에 맞춰 춤추고 있었다. 다리를 길게 폈다 또 좁게 오므렸다 하면서 춤추는 모습이 달빛에 유난히 아름답게 보였다. 가끔 고개를 들고 서 있는 모습은 해안가에 우뚝 서 있는 등대 같았다.

 

▲ 강예나   

 

밤바다를 지켜보던 머스텡은 문어들이 춤추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무대에서 공연하는 백조의 호수가 떠올랐다. 문어들은 물 위에서 더 아름답게 춤추고 있었다.

 

머스텡의 손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춤추는 문어들을 보면서 건반을 두드렸다.

도대체 못하는 게 뭐야?”

문어들은 둘이 짝을 이뤄 춤을 추고 있었다. 모차르트 곡에 춤을 추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이건 느림의 미학이라 할까? 정말 부드럽고 멋져! 한 스텝 한 스텝 밟는 모습이 프로 댄서를 능가해.”

손가락이 빨라지면 빠른 데로 느리면 느린 데로 문어들은 리듬에 맞춰 춤을 췄다.

 

짝을 이룬 남자 역할을 하는 문어에게 먹물을 입혀주니 멋진 신사가 되었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이 이렇게 좋을 수가!”

 

머스텡은 가슴이 뛰었다. 숨도 쉴 수 없었다.

요정 같아. 천사와 요정이 함께 춘다고 해야 할까? ! 우아한 포즈. 아름다운 곡선미. 예술이야!”

 

구름이 달빛을 가렸다. 머스텡은 어두운 바다에서 문어들을 찾았다. 다시 구름이 조금 걷히더니 밝아졌다.

환상적인 무대야! 신비롭기까지 하다!”

 

머스텡이 문어들의 춤을 구경하고 있는 동안 헨리는 십자가 근처까지 왔다. 가장 긴 다섯 번째 다리가 제일 먼저 십자가 아랫부분을 감기 시작했다.

 

스르륵! 스르륵!’

헨리의 모든 다리가 속도를 내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십자가를 흔적도 없이 감았다.

이번에는 잡았겠지. 목을 더 칭칭 감아야지.”

 

헨리는 모든 다리에 힘을 줬다. 그리고 더 칭칭 감았다. 다시 다리를 살며시 풀면서 속을 들여다봤다.

없잖아! 어디로 간 거야? 달빛이 제일 밝은 날인데.”

 

헨리는 달빛이 밝은 날 십자가는 더 투명하게 밤바다에 나타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잡겠다는 각오가 대단했다. 하지만 오늘도 잡지 못했다.

 

오늘도 안 되겠다. 다른 작전을 짜야겠다.”

헨리는 속상했다. 요즘 그 멋진 춤도 출 수가 없었다. 십자가를 잡지 못해서 다른 문어들을 보기가 민망했다. 헨리는 달빛이 흐릿해지는 것을 보고 발길을 돌렸다.

 

고마워. 이제 다들 집으로 돌아가.”

헨리는 춤추는 문어들을 보고 말했다. 그래도 문어들은 계속 춤을 췄다. 좀 더 빠르게 추다가도 흐느적거리며 느리게 췄다.

 

많은 물고기들도 문어들의 동작을 따라 춤을 췄다. 문어들은 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나오면서 먹물을 공중으로 뿌렸다.

 

푸우! 푸우!’

그리고 다시 짝을 이뤄 춤을 췄다. 목을 둥글게 돌리면서 리듬을 탔다. 다리를 접었다 펴기를 반복하면서 다리를 털었다.

 

물방울이 보석 같아!”

문어들의 발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달빛에 하나하나 보석처럼 빛났다. 참으로 신기했다. 하얀 눈이 내리는 것 같았다. 반짝반짝 빛나고 우아하기까지 했다.

 

문어들은 다리를 비비 꼬면서 하늘을 향했다. 그리고 파도타기를 했다. 용이 승천하는 것 같았다. 문어들은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춤을 추고 있었다. 베르사유 궁전에서 귀족들이 춤추는 모습도 이렇게 아름답지는 않았다.

 

경이롭다!”

머스텡은 밤바다를 바라보면서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이건 내게 준 선물이다. 문어들이 먹물을 저렇게 쓸 줄은 정말 몰랐다. 바다가 정말 멋진 무대군. 나도 저 무대에 서고 싶다.”

 

더 많은 물고기들이 바닷물 위로 고개를 쑤욱 내밀었다. 다들 문어들의 춤추는 모습을 보고 넋이 나갔다. 많은 물고기들은 문어들을 따라서 춤을 췄다.

 

모두 고마워.”

헨리는 춤추는 문어들에게 인사를 하고 머스텡에게 향했다.

머스텡은 자고 있겠지. 아직 새벽이니.”

 

그래도 헨리의 몸은 머스텡을 향해 움직였다.

텀벙! 텀벙!’

 

속도가 빨라졌다. 머스텡을 만나러 가는 길은 언제나 행복했다. 머스텡은 헨리의 고민을 다 들어주고 해결책을 알려줬다.

 

오늘 십자가를 잡지 못한 것도 이야기해서 해결책을 물어봐야겠다. 머스텡은 분명히 잡는 방법을 알려 줄 거야.”

헨리는 멀리 보이는 몽셀미셀을 쳐다봤다. 그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신나는 바다. 자유로운 바다. 나는 바다의 대왕.”

헨리는 노래를 부르면서 몽셀미셀 성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3번 독방을 향해 올라갔다.

 

크르렁! 크르렁!’

머스텡은 자고 있었다. 헨리는 머스텡의 코 고는 소리를 듣고 망설였다.

 

깨울까?”

헨리가 잠시 망설이는 순간

똑똑!’

 

헨리의 네 번째 다리가 벌써 창문을 노크했다. 헨리는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창문을 노크한 상태라 어쩔 수 없었다.

머스텡!”

 

헨리가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머스텡은 아직 잠결이었다. 꿈을 꾸는 지 궁시렁궁시렁 거렸다. 이불을 차고 낡아빠진 긴 팬티만 입고 자고 있었다.

머스텡!”

누구야?”

헨리.”

머스텡은 일어나 비틀거리면서 창문을 열어주었다.

 

아직 밤이잖아?”

나도 알아.”

크아악!”

 

머스텡은 입을 딱 벌리고 하품을 늘어지게 했다. 갈비뼈가 툭 튀어나왔다. 죽지 않을 만큼 먹을 것을 주니 당연했다. 바람이 불면 낙엽처럼 날아갈 듯 말랐다.

잠도 안자고 뭐 했어?”

 

물 위에 떠 있는 물체를 잡으려다 놓쳤어.”

?”

잡으면 사라지고 잡으면 사라졌어.”

 

사냥꾼이 왜 못 잡았어?”

잡았는데 사라져 버리고 또 사라져 버리고 그랬어.”

그래?”

 

. 중요한 건 보름달이 뜨면 나타나는 물체야. 며칠 안으로 잡지 못하면 또 사라질 거야.”

잡기 힘들 거야.”

 

?”

떠 있으면 잡을 수 있지만 잡아도 잡히지 않는 것이라면 물체가 아니고 그림자일 것 같아.”

눈에 보이는데도?”

 

그건 말이야. 보이지만 그곳에 존재하지 않아. 낮에 뭐할 거야?”

낮잠 자고 사냥하고.”

그럼 낮에 와. 내가 다시 이야기해 줄게.”

 

알았어.”

헨리는 머스텡과 다시 만나기로 하고 밤바다로 돌아갔다. 머스텡은 다시 새벽잠을 청했다.

 

요즘 몽셀미셀 감옥에는 유난히 죄수들이 많이 잡혀 왔다. 그리고 날마다 죄수들이 끌려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헨리가 몽셀미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하나하나 머스텡에게 알려줬다. 그래서 머스텡은 늘 불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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