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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로 ‘사인(士人)’ 주나라때 탄생한 귀족집단
김정룡의 역사문화이야기(11) ‘선비의 역사’
기사입력  2019/01/11 [02:17] 최종편집    김정룡 중국동포타운신문 대표

'천자 제후 대부 사인' 네 가지로 계층을 구분

 제후는 고급, 대부는 중급, 사인은 하급 귀족

 

하급귀족에도 속하지 못했던 다수 무리들인

평민신분층을 당시 사회에는 서민(庶民)칭해

 

김정룡 중국동포타운신문 대표    

 

 

선비는 봉건과 종법의 산물

 

현대인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선비의 이미지는 매우 고상하고 정숙하고 청렴하면서도 올곧고 대가 바른 지식인이다. 이와 같은 선비상은 조선시대 유교일변도 사회를 거쳐 다져진 것이지 그 이전의 선비, 특히 중국 선진시대의 선비는 여러 가지 기능과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으며, 오늘날 우리 머리에 각인된 선비상과는 거리가 멀다.

 

▲ 선비를 중국어로  사인(士人)이라 부르는데 주나라 시기 탄생한 귀족집단이었으며 당시 다섯 가지 사회 신분 중 하나의 신분에 속하는 무리였다.


선비를 중국어로 사인(士人)’이라 부르는데 주나라 시기 탄생한 귀족집단이었으며 당시 다섯 가지 사회 신분 중 하나의 신분에 속하는 무리였다. 다섯 가지 사회신분이란 천자, 제후, 대부, 사인, 서민이며 이 다섯 가지 신분은 봉건과 종법제도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상나라를 뒤엎고 정권을 잡은 주나라는 상나라와 다른 길을 모색하고 걸었다. 그 길이 바로 정전(井田)으로 경제제도를 마련하여 민생을 살폈고, 봉건으로 정치제도를 수립하여 민의를 따랐고, 종법으로 사회제도를 추진하여 민속을 굳건히 하였고, 예악으로 문화제도를 만들어 민심을 안정시켰던 것이다.

 

이 네 가지 제도 중에서 봉건과 종법은 사회구성원의 신분과 질서를 확립하는데 기여했다.

 

주나라인은 자기네가 차지한 나라를 천하라고 불렀다. 당시 천하는 지금의 전 세계, 지구촌, 국제적 등 의미를 갖고 있었다. 이 천하의 주인은 바로 하늘이 내린 권력을 부여받은 자, 즉 천자였다.

 

천자는 전리품을 혼자서 독점하고 경영할 수 없다. 그래서 형제, 친족, 전쟁에 공로가 큰 자에게 토지를 나눠주고 그곳에 국을 세우고 왕(제후)을 봉하는데 이것이 곧 봉건이다.

 

제후는 또 종법에 따라 자기 적장자에게 토지(채읍)를 나눠주고 작()을 수여하는데 그 작위를 수여받은 자가 곧 대부(大夫)이다. 대부가 나눠받은 채읍을 ()’라고 부른다. 대부가 또 종법에 따라 적장자에게 영지 아닌 식전(食田)을 나눠 주는데 그 적장자가 사인이란 신분을 갖는다.

 

이렇게 천자, 제후, 대부, 사인 등 네 가지 신분계층이 생겨나는데 제후는 고급 귀족이라면 대부는 중급귀족, ‘사인은 하급귀족이다.

 

하급귀족에도 속하지 못한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평민을 당시에는 서민(庶民)이라 불렀다. 천자, 제후, 대부, 사인, 서민은 서주시기 5계급이었다.

 

▲  하급귀족에도 속하지 못한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평민을 당시에는 서민(庶民)이라 불렀다  


한국에서 정치권을 비롯해 학계를 포함하여 전반 사회적으로 평민을 서민이라고 부르는데 이 호칭은 상당한 어폐가 있다.

 

종법제도의 핵심은 적장자이다. ‘()’은 정실, 즉 처이며 처가 낳은 아들을 적자라고 하는데 그 중에서도 첫째로 낳은 아들을 적장자라고 불렀다.

 

()’과 반대되는 말이다. ‘는 많다, 미미하다, 번잡하다, 비천하다 등 여러 가지 뜻을 갖고 있지만 비천하다는 의미로 많이 사용된다.

 

이런 맥락에서 서자(庶子)’는 비천하다고 폄하하는 낱말이다. 왜냐면 일처다첩제 사회에서 처는 반드시 남자의 집과 문턱이 비슷한 집안 출신이어야 한다.

 

이와 반대로 첩은 기생이나 무희여도 상관없고 친정에서 데려온 몸종이거나 부모의 시녀여도 되고 또 훔쳐올 수도 있고, 빼앗아올 수도 있고, 사올 수도 있고, 속여서 데려올 수도 있었다. 첩의 신분이 이렇듯 비천하기 때문에 거기서 낳은 자녀도 비천하다.

 

계급사회에서 서자출신의 평민이 절대 다수였기 때문에 그들을 폄하하여 서민이라 불렀는데 대한민국사회는 이러한 역사적인 유래도 모르고 아직도 평민을 서민이라 부르고 있으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그럼 평민을 뭐라 호칭해야 할까? 인민이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편폭상의 제한으로 다른 글에서 별도로 다루겠다.

 

춘추전국시대 선비의 지위와 역할

 

서주 계급사회에서 사인은 제후와 대부처럼 영지를 갖지 못했다. 영지가 없으니 자체 소유의 토지, 서민(노예), 높은 작위를 수여받을 수가 없었다. 대부한테서 나눠가진 식전이 있었을 뿐이었다.

 

사인은 이렇게 경제적, 사회적 지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제후와 대부처럼 일처다첩 혼인제도에서 제외되고 다만 처 한 명, 첩 한 명 즉 일처일첩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런데 전국시대에 이르러 사인이 공부하여 권력을 잡으면 사대부가 되는데 이렇게 되면 말이 달라진다.

 

중국학계에서는 서주시기를 천자의 시대, 동주시기를 제후의 시대, 춘추시기를 대부의 시대, 전국시기를 사인의 시대였다고 평가한다. 이런 평가를 기초로 사인의 역사를 추적해 보면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춘추시대 전쟁에 나서는 군대의 주체는 사인이었다. 선비 ()’ 자가 병사(兵士), 사병(士兵)의 사()인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재미나는 것은 춘추시대의 전쟁은 상대를 먹어치우는 겸병(兼竝)’이 목적이 아니라 상대를 굴복시키는 쟁패(爭覇)’가 목적이었기 때문에 싸움이 잔혹하지 않고 아주 우호적이었다.

 

무슨 뜻이냐면 두 나라가 전쟁을 할 경우 미리 전쟁의 시간을 합의하고, 전쟁시간은 보통 새벽 식전에 시작해 아침밥을 먹기 전 시간 동안만 싸우고, 상대가 패배를 인정하면 돌려보내고, 돌아가는 마차가 진흙탕에 빠지면 구해주는 등 아주 신사적이었다. 특히 퇴군이 100보 퇴각하기 전에는 절대 쫓지 않는다는 룰이 있어 오십 보, 백보라는 속담도 생겨났던 것이다.

 

사인의 기본의무는 우리가 잘 아는 수신(修身)’이다. 천자의 의무가 천하를 태평하게 하고(平天下), 제후의 의무가 나라는 잘 다스리고(治國), 대부의 의무가 가읍을 고르게 하는(齊家) 것이라면 사인은 반드시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수신을 잘해야 한다.

 

사인이 수신하는 목적은 대부를 도와 가읍을 잘 다스려 고르게 하기 위함이다(제가). 따라서 대부는 제후를 도와 치국에 힘쓰고, 제후는 천자를 도와 평천하에 힘을 보태야 한다.

 

만약 사인이 자신의 직접 상사인 대부를 뛰어넘어 제후에게 붙어 애국하면 주제 넘는 반역자로 몰린다. 실제로 기원전 530년 노나라 대부 계손씨의 밑에 남괴(南蒯)라고 부르는 가신이 있었는데 궁정의 분쟁에서 국군, 즉 제후 편에 섰다가 악인으로 몰린 사실이 있었다.

 

결국 남괴는 노나라에서 배기지 못해 제나라로 도망갔는데 제경공이 그를 보고 이 반역자야, 일개 가신이 무슨 애국을 한단 말이냐? 네 죄가 크도다!”라고 나무랐다.

 

그러나 전국시대에 들어서 사인의 지위는 확연히 달라진다. 사인은 당시 지식인의 집단으로서 공부하여 실력이 뛰어나면 일개 국의 재상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고 또 나라끼리 서로 겸병싸움에 책사의 역할도 하는 등 역할이 막중해졌다.

 

당시 사인의 사회 역할에 대해 이중텐 교수는 저서 <중화사>에서 이렇게 묘사했다. 혹자는 무예에 뛰어나서 군인, 호위, 자객이 되었고 혹자는 교양이 있어서 사관, 모사, 비서역할을 했으며 혹자는 경영능력이 있어서 관리인, 회계, 매니저 일을 맡았다.

 

방술(方術)에 조예가 깊어서 의료, 풍수, 최음제 제조와 방중술 전수에 종사한 사람도 있었다. 확실히 주나라 시대의 사인은 당시의 지식인이자 화이트칼라였다.

 

춘추전국시대 유명했던 사인으로서 노자, 공자, 묵자, 장자, 맹자, 순자, 상앙, 한비자 등등 이들은 정말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이들의 역할을 종합하여 말하자면 유가는 문사(文士), 도가는 은사(隱士), 묵가는 무사(武士), 법가는 모사(謀士)를 인재로 등용시키고 중용했다.

 

송나라 이후, 선비는 나약한 문인으로 타락

 

진한 이후 대부와 사인은 더는 귀족이 아니며 그 직책조차 사라지고 말았다. 그때부터 사인은 공부하는 지식인이었으며 지식이 뛰어나면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놓을 수도 있었다.

 

▲  동중서는 한무제 때 최고 지식인 중 한 명이었다

동중서(董仲舒, BC 170~BC120)가 그랬다. 동중서는 한무제 때 최고 지식인 중 한 명이었다.

 

그는 한무제를 설득하여 유교를 국교로 정하게끔 하였고 유가를 대변하는 지식인을 주요 간부 자리에 등용하는 흥정을 이끌어냈다.

 

그는 한무제에게 붙어 선비들을 위해 역사에서 가장 큰 장사를 성사시킨 셈이다.

 

동중서 이후 청말까지 중국정치 사상사는 겉으로는 유가, 안으로는 법가, 즉 명유암법(明儒暗法)의 패턴으로 흘러오게 되었다.

 

위진 남북조 시기 도연명(陶淵明, 365~427)을 비롯해 죽림칠현(竹林七賢) 등 멋진 선비들이 활약했다. 당나라 시기까지도 이백(李白, 701~762), 두보(杜甫, 712~770), 백거이(白居易, 772~846)를 비롯한 선비들의 낭만적인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송나라 이후부터 선비는 문인으로 타락하여 황제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집에 가서는 아내를 쥐어 패는 못난 사내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이들이 이렇게 타락한 이유는 유가를 잘못 해석하여 여성을 굶어죽는 것은 작은 일이요, 정조를 잃는 것이야말로 큰일이다.’라는 죄악을 저질렀다.

 

▲  위진 남북조 시기 도연명(陶淵明, 365~427)


이중텐 교수는 그 결과를 다음과 같이 논했다. “상나라의 호방함과 활기도, 주나라의 천진난만함도, 춘추시대의 고상함과 우아함도, 전국시대의 넘치는 혈기도, 한나라의 개척정신과 당나라의 개방성도 모두 사라졌다.

 

명청대 중국의 선비들은 여성을 멀리하고 여성을 두려워하는 타락한 지식인 집단이었고 그래서 중국문화는 완전히 활기를 잃고 침체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 대표적인 저작이 바로 <수호지><홍루몽>이다. 수호지의 영웅호걸들은 모두 미녀를 멀리하고 또 미녀들 때문에 인생을 망치는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주류이다.

 

<홍루몽>은 남자는 남자답지 못하고 여자는 여자답지 못한,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男不男, 女不女) 이상한 인간상을 그려냈다. 저자는 중국문화의 진실을 바탕으로 스토리를 엮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부연설명하자면 현대시기에 들어 중국에서는 선비가 지식이 뛰어났다는 이유로 정부의 요직 혹은 주요 당 간부가 되는 출세의 길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가장 말단 기초 행정단위인 향간부로로부터 한 단계 한 단계씩 층층이 위로 밟아 올라간다.

 

반면 한국은 대학교 교수하던 학자가 갑자기 청와대 요직이나 정부 장관자리에 옮긴다든지 변호사가 갑자기 장차관 자리에 가는 사례가 비일비재해 필자는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 행정능력과 지식은 별개의 사항인데 한국은 아직도 춘추전국시대 인재등용 패턴이 시행되고 있어 의아해진다.

 

▲ 위진 남북조 시기에는 죽림칠현(竹林七賢) 등 멋진 선비들이 활약했다


 

김정룡 프로필

-)중국동포타운신문 대표

-장춘대학교 일본어학부 전공

-연변제1교 일본어 교사 역임

-著書) 김정룡의 역사문화이야기

<멋 맛 판> 2015

-著書) 재한조선족문제연구집

<천국의 그늘>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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