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공론화위원회! ‘소득보장론’ 손들어줘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는 지난 4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론화위원회 산하 시민대표단 숙의토론회 주요 결과를 공개했다. 국민 절반 이상(56%)이 ‘더 내고 더 받는’방식의 국민연금 개혁안을 선호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이 같은 설문조사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으로, 이를 바탕으로 연금특위는 연금개혁안 막바지 작업에 착수한다.
국회 연금특위는 지난 13일부터 총 네 차례에 걸쳐 500여명 시민대표단이 참여한 숙의토론회를 진행한 바 있다. 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는 시민대표단 492명을 대상으로 연금개혁에 대한 학습 시작 전, 공론화 숙의토론 전, 숙의토론 후 등 총 세 차례에 걸쳐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공론화 과정 전체에서 사용된 자료들은 ‘보장성 강화론’과 ‘재정안정론’ 양측의 전문가가 모두 참여해 논의 끝에 결정한 것이고, 각 입장을 대변하는 전문가들이 동수로 참여했다. 설문조사 결과 시민대표단은 연금개혁이 기금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재정안정론’(44.8%)보다 소득보장률을 높이는 방향의 ‘소득보장론’(56%)에 손을 들어주었다.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위 시민대표단은 △소득대체율은 현행 40%에서 50%로 늘리면서 현행 보험료율 9%에서 13%로 점진적으로 올리는 1안 △소득대체율을 현행 수준 40%로 유지하면서 보험료율을 점진적으로 12%까지 올리는 2안 두 가지를 두고 토론했다. 1안은 소득보장론, 2안은 재정안정론의 관점을 담았다.
설문조사 결과 시민대표단은 학습과 토론이 진행될수록 소득보장론를 지지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학습 시작 전인 1차 조사에서는 2안(44.8%)에 대한 찬성(재정안정론)이 1안(36.9%)보다 높았다(소득보장론). 이후 2차 조사부터 1안인 소득보장론(50.8%)에 대한 찬성이 2안인 재정안정론(38.8%)보다 높아졌으며, 3차 조사에서는 1안 소득보장론(56%)과 2안 재정안정론(42%) 간 격차가 13.4%p(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이어 시민대표단은 또한 연금개혁이 이뤄져 보험료가 인상될 경우를 대비해 미래 세대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민연금 지급의무 보장(동의율 92.1%) △기금수익률 제고(동의율 91.6%) 등 두 가지를 지목했다.
한편, 1안이 수십 년 후 미래세대에 부담을 더 안기는 안으로 평가되는 만큼 청년층은 2안을 더 선호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20대에겐 ‘앞으로 태어날 자식들에게 부담 주지 말자’는 논리는 먹혀들지 않았다. 40~50대 역시 1안 지지가 압도적이었다. 40대는 66.5%, 50대는 66.6%로 1안을 찬성해 2안 지지를 두 배 가량 앞섰다.
그러나 2개 안 중 어느 쪽을 택해도 연금 고갈 시점은 7∼8년 늦춰질 뿐이어서 개혁의 효과는 미미하다. 또한 2개 안 모두 연금의 지속가능성 확보라는 당초 개혁의 목표는 이룰 수 없게 됐다. 일본은 연금 재원을 100년 치, 캐나다는 150년 치 적립하고 있는데 우린 31년에 불과하다.
● 공무원연금 적자 ‘내년 10조원 투입’
한편, 국민연금과 공무원 등 특수직 연금 간의 연금소득, 즉 급여 격차는 연금 개혁의 고질적 이슈 중 하나다. 2009년과 2015년에 공무원연금 개혁이 잇따라 이뤄져 이 격차가 다소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급여액 등에서 큰 격차가 있는 것이 드러났다.
권혁창 경상대 교수(사회복지학)와 정인영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해 12월 6일 한국사회보장학회에서 발표한 논문 ‘공적연금비교연구’를 보면, 국민연금 수급자가 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 특수직 연금 가입자에 견줘 학력 수준이 낮고 건강 상태도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민연금과 다른 특수직 연금 간의 연금 급여액 격차는 여전히 4.6~5.3배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적연금 간의 연금 격차가 연금 개혁의 주요 쟁점임을 다시금 확인해준 것이다.
그럼에도 내년에 공무원연금을 메우는 데에 세금 10조원이 투입된다. 고령화로 공무원 연금을 타내는 수급자가 증가하는데, 정작 공무원들이 내는 돈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공단은 내년도 보전금으로 10조475억원을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중앙정부가 떠안는 보전금은 3조4758억원, 지방자치단체 부담은 6조5717억원이다. 공단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기금운용계획 및 예산안을 4월 26일 내부 이사회에서 의결한다. 보전금이란 공무원연금기금이 모자랄 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메우는 돈이다. 이는 공무원연금 적자를 세금으로 보전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내년 공무원연금기금에서 퇴직급여 등에 쓰이는 지출은 24조2432억원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같은 해 수입은 14조8621억원에 불과하다. 적자 폭 확대는 늘어난 퇴직관료와 연금수급자 탓이다. 공단은 지난해 5만7163명이던 공무원 퇴직자가 내년 6만11186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금수급자 역시 올해 67만3704명, 내년 69만6428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손도 못 댄 공무원연금개혁세금이 아니면 적자를 메울 방법도 없다. 재직자의 기여금이나 국가의 연금부담금이 늘어야 하는데 9%로 비율이 묶여있기 때문이다.
● 국민연금 ‘안정성과 수익성 제고’
국민연금제도는 국민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위해 1988년 1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시행하였다. 그 후 ’95년 농어촌 지역과 ’99년 도시지역 주민에게까지 적용의 범위를 확대하여 전 국민연금을 실시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국민연금 가입자는 2229만 명이 가입해있고, 400만여 명이 연금을 받고 있다.
연금개혁의 핵심은 기금고갈 문제에 대비하자는데 있다. 국민연금은 규모면에서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성장했으나 급속한 고령화로 적립기금 소진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따라서 보험료율과 수급연령을 높여서 기금고갈을 최대한 늦추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지난해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가 발표한 제5차 재정추계에 따르면 2041년 수지 적자, 2055년 적립기금 소진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와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금융 및 복지 자산을 더한 기금 총규모가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1000조 원을 크게 넘어섰다. 국민연금은 출범 15년 만인 2003년 100조 원 기금을 달성한 데 이어 20년이 지난 2023년 1000조 원대로 기금 규모가 올라서 세계 3대 연기금으로서 위상도 한층 강화하게 됐다. 국민연금보다 기금 규모가 큰 곳은 2023년 6월말 기준 일본 공적연금(GPIF·1997조 원)과 노르웨이 국부펀드(GPF·1885조 원)가 있다.
국민연금은 에너지, 교통, 전기·수도 등 유틸리티 섹터 투자에 집중했지만, 해외투자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디지털 인프라 관련 투자처를 발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은 자산운용의 지속적안 안정성과 수익성 확보에 박차를 가해나가야 한다.
물론, 수익률 제고를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다양한 대체투자처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 이에 무엇보다 해외 투자는 필수다. 우리나라 시장은 적립기금 1000조원이 넘는 국민연금이 운신하기 너무 협소하기 때문이다. 역시 이 때도 안전장치는 기본이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올해 연금의 중점 추진 방향으로 ▽제도의 지속가능성 향상 ▽기금수익률 제고 ▽복지서비스 지속 발굴·추진 ▽끊임없는 경영혁신과 사회적 책임 이행을 제시했다. 국민연금은 연금개혁의 중추기관으로 빈틈없는 지원과 국민 노후소득보장 강화에 힘써 고품질의 연금서비스를 제공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기관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